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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덤핑… 흑색선전… 회유… 압력/중소업체 “설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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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덤핑… 흑색선전… 회유… 압력/중소업체 “설땅이 없다”

입력
199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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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용지업체 대기업 진출로 연쇄 도산/“부도났다” 상대사 악소문에 곤욕 치러/라이터 등 판촉물까지 판매 가로채기도『해도 너무합니다』

지금까지 중소업체가 맡아해온 업종에 대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뛰어들어 가뜩이나 어려운 중기들이 하루아침에 시장을 빼앗기는등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고유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보호를 받을수 없는 이들 업체들은 대기업들의 물량을 앞세운 덤핑공세와 거래선을 담보로 한 회유·압력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경쟁논리에 밀려 수십년간 일궈온 시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올해들어 문구조합의 4개 복사용지 생산업체는 원지공급업체인 대형 제지업체들이 새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부도로 문을 닫았다. 조합측은 지난해 10월 통상산업부에 사업조정신청까지 했지만 이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전업시 시설물을 인수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협약서만 체결하고 문제를 매듭지을 수밖에 없었다. 1,000억원규모의 전자복사용지(PPC)시장중 원지값 85%를 제외한 150억원정도가 중소가공업체들의 영업기반이지만 그나마 대기업들의 가공시장진출로 활로가 막혀버린 것이다. 가공복사용지 수요의 70%이상을 차지하는 대기업 납품물량을 이미 빼앗겨버린 중소업체들은 지금 상태라면 문을 닫든지 판매상으로 전락하든지간에 2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도체등에 사용되는 공업용수처리 플랜트업체인 삼광수기는 최근 거래처인 모엔지니어링으로부터 『지난달 발주한 수처리 설비시설 계약금 4억1,000만원을 지급할수 없다』는 뜻밖의 통보를 받았다. 『새로 수처리시장에 진출한 C정밀로부터 「삼광부도설」을 전해듣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란게 해명이었고 10여개 거래처로부터 부도문의가 이어졌다. 백방으로 확인한 결과 C사는 국내굴지의 모그룹이 지분을 갖고있는 「중소기업협력증진법」상 실질적 지배관계에 해당되는 회사로 밝혀졌다.

라이터를 홍보상품으로 판매하는 중소판매업체들은 유명백화점들이 제조업체로부터 물량을 대규모로 납품받아 헐값에 판매하는 바람에 전체수요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대기업 주문물량을 이들 백화점에 모두 빼앗겼다. 중소업체와는 달리 제조업체로부터 신용구매를 할수 있는 백화점들이 이자수익을 감안, 파격적으로 싼 값에 라이터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중국산 라이터도 판촉용으로 들여오는 바람에 중소업체들은 일부 개인·영세업체등으로 판로가 좁아져 사실상 시장을 빼앗긴 상태다.

홍보상품판매조합측은 『개당 200원도 채 안되는 판촉물에까지 대기업이 손을 댄다면 중소기업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개탄했다.<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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