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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에 생각할 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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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에 생각할 일(사설)

입력
199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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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린이날을 맞는다. 매년 이 날이 되면 온갖 전시성 행사로 주위가 떠들썩하게 마련인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우리 대부분은 가까운 주변의 어린이들을 위해 일과성 행사를 제공해야 하는 정신적·물질적 부담을 느끼게 된다. 한편으로는 또한 이날을 즈음한 행사들이 연중 다른 날들에 대한 면죄부로 인식되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기회에 진정으로 어린이들의 삶을 돕는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 모두의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어린이는 바로 우리 사회의 다음 세대를 구성하는 「작은 사람」이다. 이들이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장기적 이익과 안정적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불가결의 사회적 선택이어야 한다.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바로 성공적인 성인기에서의 삶은 건강한 아동기의 삶과 성장과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즉 어린이들을 위한 양질의 생활조건을 조성하는 것은 이들의 성공적 사회화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우리가 전시성·일과성의 화려한 행사들에 개인적·집단적으로 몰입하고 있을 때 우리 주변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의식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많은 행위들이 우리 어린이들의 건전한 생활조건을 뿌리에서부터 좀먹고 있다. 이것은 바로 아동학대의 문제다.

아동학대에는 신체적 학대, 즉 물리적·성적폭력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학대와 방임도 아동학대의 또 다른 형태들이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아동학대는 가정내에서 또 가정외에서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또 우리가 인정하고 싶어하는 것보다 훨씬 빈번하게 또 심한 정도로 일어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신체적 학대, 정신적 학대, 방임 등의 아동학대는 피해아동들의 성인기의 삶에 있어서까지 장기적으로 심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연구결과들은 밝히고 있다. 아동기의 피학대 경험은 낮은 자존심, 만성적 정서불안정, 사회적 부적응, 공격적 특성 등의 심리적·행태적 특성들을 가져와 개인적 불행을 낳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첫째, 부모의 역할과 바람직한 양육태도의 유형 및 한계에 대한 부모교육이다. 둘째, 피학대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셋째, 가정·학교 그리고 사회의 삼자가 서로를 감시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제반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은 아동학대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정과 이에 대한 규범의 확립 그리고 아동의 건전한 삶의 조건 조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할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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