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크 탈미 독자노선미 세계경찰 행보 “충돌”/최근 레바논 분쟁 해결 공싸고 뜨거운 설전도『냉전이후 미국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나라는 프랑스 뿐이다』
최근 들어 프랑스 언론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 문구는 프랑스의 영광재현을 내세우고 있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의 외교정책의 기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시라크대통령은 냉전이후 힘의 재편과정에서 유럽이 단합, 미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탈미 독자외교노선을 추구해왔다. 시라크 대통령의 이같은 노선 추구로 인해 유럽방위 및 중동외교, 무기판매, 핵실험등 중요 국제 현안을 놓고 미국과 프랑스는 신경전을 벌이곤 했다.
수면하에서 가열돼온 미·프랑스 양국간 신경전은 최근 레바논 휴전합의를 둘러싸고 마침내 수면위로 떠오르기에 이르렀다.
레바논사태가 중동평화의 걸림돌로 등장하자 프랑스는 이 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판단, 레바논사태의 중재자로 자처하며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대통령 취임이후 아랍국가에 추파를 던져왔던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에르베 드 샤레트 외무장관을 급파, 이스라엘 시리아 레바논등 분쟁당사국들을 오가는 중재외교를 하도록 했던 것이다.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이 레바논에 급파되기 닷새전의 일이었다.
레바논 사태는 결국 프랑스보다 한발짝 뒤늦게 개입한 미국에 의해 수습됐다. 하지만 미국은 프랑스의 「선수」에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냈으며 급기야 양국은 사태해결의 공을 놓고 낯뜨거운 설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프랑스는 사태해결에 80%의 역할을 담당했다고 큰소리쳤으며 미국은 프랑스의 중재가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만 했을 뿐이라고 프랑스를 깎아내렸다.
사실 프랑스는 국제문제에 있어 미국주도에 적잖은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참여국들이 최근 필요시 자체적인 연합기동타격군(CJTF)을 창설키로 합의한 것도 프랑스 독자외교의 성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는 또 지난달 중순 대만사태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중국의 이붕(리펑)총리를 공식 초청해 고립돼 있던 중국의 입지를 넓혀줘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세계의 경찰관을 자처하는 미국과 이에 제동을 걸며 새로운 역할을 확보하려는 프랑스간의 신경전은 사안에 따라 협력과 반목을 반복하며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지적이다.<조희제 기자>조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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