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력·친화력 등 강점… 대권문제엔 “쉬쉬”최형우 의원은 최근 신한국당의 당직개편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관리형 대표가 유력하다는데 그런 인물이 따로 있느냐. 총재가 있는데 관리자 아닌 대표가 있을 수 있나』
그는 김영삼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의 발언은 누가 대표가 되든 김대통령의 의중에 충실할 수밖에 없으며 대권구도와도 상관관계가 없을 것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의원의 그같은 발언은 나름대로 정치세력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여권핵심부의 정치구도속에 자신의 입지를 설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나아가 자신과 경쟁관계에 있는 주자들에 대한 견제성 메시지일 수도 있다.
최의원은 현정부들어 부침을 거듭했으나 당 안팎에서는 여전히 「중진실세」로 통한다. 하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민주계 장형격인 그는 이번의 여권진용개편과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직개편의 방향과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 『내가 할 것도 아닌데…』라며 애써 무관심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최의원은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흑백논리의 정치를 변화시킬 것을 요구했다. 지금은 그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벌써 대권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국민들이 우리당에 보낸 지지를 고스란히 잃어버리는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자연현상과 같은 것이다. 여름에 밍크코트를 입을 수 없는 것처럼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며 때를 기다릴줄 알아야 한다. 대권논의는 내년 초 이후에 시작해도 늦지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총선이 끝난뒤 곳곳에서 강연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나 무슨 얘기만 하면 언론에서 대권구도와 연결시켜 해석할까봐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의원은 여권의 대권주자중에서 가장 직선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며 추진력을 갖춘 강성인물이다. 때문에 그는 다른 주자들에게 없는 것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부족한 면이 적지않다.
지금도 당내 민정계 의원들은 92년 대선후보 결정과정에서 최의원이 보여준 강한 집념과 투지를 잘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만약 내년 봄으로 예상되는 여권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다면 남다른 흡인력과 파괴력을 과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고민하는 부분은 대중적 이미지다. 정치가 세대결이면서 인기의 산물이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너무 단선적으로 평가하지 말라』고 말한다. 35세에 원내에 진출, 산전수전을 다 겪은 6선의 정치경력을 다른 인물들과 엄연히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대하무성」이란 어구를 즐겨 사용한다. 철저히 몸을 낮춰 숨을 죽이고 있는 그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정치전면에 부상할 수 있을지 좀더 두고 볼일이다.<손태규 기자>손태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