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 대출커미션관행 칼대 주목/비리정보 수집소문 사실로 확인/유사혐의 내사 “제2·3탄설” 바짝 긴장검찰의 이철수 제일은행장 구속사태가 금융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으로 확대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환 10시간여만인 1일 새벽 이씨를 전격 구속한 대검중수부는 이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이씨의 혐의사실을 구체화하기 위한 보강수사에만 주력, 전날의 긴박했던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안강민중수부장도 『좀 더 조사해야할 것이 있긴 하지만 특별히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해 이행장 관련수사가 당장 사정확대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만으로 검찰수사가 이씨를 구속하는 선에서 끝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무리라는 것이 검찰주변의 시각이다. 우선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금융계의 고질적인 관행인 대출커미션 수수에 대해 직접적으로 칼을 댔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검찰은 총선전부터 우성건설, 유원건설등 대형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부도로 넘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금흐름의 투명성을 확인한다는 측면에서 현직은행장들의 비리정보를 은밀히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부도난 건설회사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일차적으로 검찰의 주목을 먼저 받게 된 것은 당연한 이치. 여기에 이씨가 개인적 관계에 의존, 부도난 효산그룹에 1천억원대 이상의 거액을 무리하게 대출해 주었다는 은행내부자의 제보가 이씨 수사의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사건 첩보가 장학로전청와대제1부속실장 수사과정에서 입수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장 전실장 수사때 효산측의 대출알선청탁사실이 공개되는 바람에 수사를 망칠 뻔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이같은 유형의 첩보가 이씨에게 국한된 것이냐는 점이다.
금융계에서는 효산측에 7백92억원을 대출한 모은행장이 이씨와 유사한 혐의내용으로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끈질기게 금융가와 증권가등에 나돌던 이행장에 대한 내사설이 사실로 확인된 이상 제2, 제3의 현직은행장 구속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검찰이 이행장과 효산그룹 장장손회장, 장학로전청와대제1부속실장등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을 지 관심거리다. 장학로씨는 94년 7월과 9월사이 부도직전의 효산그룹으로부터 6천만원을 받고 제일은행에 1백억원대의 대출알선청탁을 한 바 있어 장씨가 이행장에게 어떤 형태로든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씨에 대한 전격적인 사법처리가 총선후 사정기관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기강확립회의」에서 민생사정으로 전환할 것을 결정한 직후 결행된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우성그룹의 제3자인수문제가 매듭단계에 있다는 점등 외적요인을 감안할때 검찰이 금융계와 경제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 더이상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갖고있다.
검찰주변에서는 여러 상황으로 보아 사정당국이 일단 이씨구속이후 금융계의 자체적인 인사물갈이와 대출관행의 정화노력을 지켜보면서 금융계 사정의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김승일 기자>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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