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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부조리 언제까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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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부조리 언제까지(사설)

입력
1996.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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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제일은행장의 구속은 또 하나의 충격이다. 문민정부 들어 그렇게도 요란스러웠던 사정과 개혁이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했던가 하는 실망감과 함께 은행의 대출부조리란 것이 도대체 구제 불가능한 태생적 고질이 아닌가 하는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새정부 출범후 3년 남짓한 사이에 중도퇴임한 은행장이 모두 14명이다. 이중 12명이 사정이나 대출부조리 관련 등으로 물러났고 3명은 구속까지 됐다. 두세달이 멀다 하고 은행장들이 줄줄이 불명예 퇴진을 하거나 구속된 것이다.

은행장 뿐 아니라 임원과 고위간부들 사이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대출관련 비리 부정도 끊이지 않고 있고 최근들어서는 노골적인 예금 횡령과 대출사기 등 직원들에 의한 크고 작은 금융사고와 현금분실 도난 등 각종 창구사고도 빈발해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불안과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계속돼 온 서슬 시퍼런 사정과 구속 문책해임 등 추상 같은 엄벌 속에서도 금융부조리는 가지를 뻗고 뿌리를 깊이해 온 것이다.

이번 사건이 던져주고 있는 문제점은 첫째, 지속적인 사정 개혁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부패구조에는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권과 인사개입 등 정치권력형 부조리의 여전함은 장학로씨 사건이 그 증거고 인허가 감독 등 관권형 부조리는 최근의 공정위 사건이 그 증거이며 대출비리 등 금융부조리는 이번 사건이 또 하나의 증거다. 정치권력과 정부와 금융기관에 모두 부패의 뿌리가 여전하다는 것은 전체적인 부패구조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둘째는 금융부조리 척결이 은행 혼자 힘으로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도 배후에 장학로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대형 금융부조리 사건은 그 배후에 항상 정치권력과 관권의 개입이 있었다. 금융부조리의 근본적인 척결을 위해서는 금융의 자율, 특히 인사권의 독립이 필요하며 은행소유구조문제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금융개혁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은행내부에서도 은행장 한 사람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 경영구조의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

셋째는 금융인의 직업윤리확립과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항상 돈을 만지고 유혹에 빠지기 쉬운 직업의 특성 때문에 은행원들은 다른 어느 직업보다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추진해 온 사정 개혁과 우리 사회 전반의 부패청산 작업을 중간 점검해 보고 교훈을 얻기 바란다. 아울러 정치권력 및 관권과 함께 부패구조의 핵심고리인 금융부조리의 구조적인 청산을 위해 단순한 구속 처벌이상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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