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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운영금 고갈 “공식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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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운영금 고갈 “공식 파산”

입력
1996.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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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발행 등 재정문제 다룰 비상총회 검토【유엔본부·나이로비 UPI=연합】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은 30일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위기에 처한 유엔의 재정문제를 다루기 위한 비상 유엔총회 소집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은 유엔 회원국들이 약속한 분담금을 낼 때까지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의 일반 운영기금은 이날로 고갈돼 공식적으로 유엔은 파산상태를 맞았다.

◎유엔 “끝내 살림 거덜” 선언 파장/미일 등 분담금체납 최대요인/“PKO기금 5,000만불 전용” 비상운영

유엔의 실바나 포아 대변인은 30일 『우리는 오늘 날짜로 공식 파산했다』고 선언했다. 유엔을 운영할 경상비가 바닥나 볼펜 한자루, 종이 한장 살 돈이 없을 정도로 살림이 거덜났다는 의미이다.

파산 선언은 물론 유엔이 당장 문을 걸어 닫는다는 뜻은 아니다. 조셉 코너 행정담당 사무차장은 우선 임금지불과 필수품 구매를 위해 별도로 운영되는 평화유지군 기금중 5,000만달러를 전용하겠다고 밝혔다. 포아대변인은 『우리에게 복권 당첨과 같은 뜻밖의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8월에 또다시 파산하고 말 것』이라고 심각함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은 현 유엔규약이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대출기관에서 차입하는 것을 금하고 있음에도 불구, 은행 차입이나 채권 발행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엔이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회원국들이 예산으로 사용될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엔 예산의 25%를 점하고 있는 미국과 독일, 일본 등 「대주주」들의 만성적인 체납이 파산을 초래한 주요인이다. 미국은 투자액에 비해 유엔내 영향력이 약하다는 의회의 견제로 현재 최고인 15억달러의 미납액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각각 1억2,800만달러, 5,000만달러를 유엔에 빚지고 있다.<윤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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