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에서 여당이 서울에서 압승을 거두고 수도권에서 선전케 한 1등공신은 도시재개발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셋방살이하던 사람들에게 내집마련과 집 늘릴 기회를 제공한 신도시개발과 우중충한 달동네를 쾌적한 아파트타운으로 만든 재개발사업 덕이라는 얘기다.과거 선거에서 야당의 아성이었던 달동네 선거구에서 여당후보가 대거 당선됐으니 그럴 법도 한 일이다. 「달동네=야당」이라는 등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재개발이 달동네를 아파트단지로 만드는 것 이상의 정치적의미를 지니게됐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서울에서 국회의원이 되고자하는 사람은 그 의미를 깊이 연구하지 않으면 앞으로 당선이 어려울지 모른다.
단칸셋방에서 임대아파트로, 전세에서 작으나마 내집장만을 했을 때의 감격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기자도 셋방신세를 면하고 13평짜리 아파트에 입주하던 날의 감격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내집은 소유의 기초이다. 내집에 대한 집착은 이른바 셋방살이의 설움으로 인해 한국인의 의식속에 유별나게 자리하게 됐다. 내집은 중산층의식의 기초이기도 하다. 대개의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의 65∼70%가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고 있다. 이 수치는 현재의 주택보유율 69%와 추세를 같이한다.
보수적이라는 말은 뜻그대로 「지키는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에게 내집이야말로 지킬 재산목록중의 첫째일 것이다. 현재도, 앞으로도 지킬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때 혁명을 꿈꾸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개혁보수니 원조보수니 하는 백마디 말보다 재개발을 열심히해서 도시 영세민들에게 「지킬것」을 마련해 주는 것만큼 확실한 보수정책은 없다.
재개발은 잘하건 못하건 집권당의 몫이다. 개발정책에 관한 한 야당은 국외자의 입장이었다. 정책수단이 없다보니 야당들은 상대적박탈감을 자극하는 선거운동에 의존하는 경향이었다. 재개발지역 주민들의 투표성향의 변화는 그런 선거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보여진다.
재개발지역의 주민의식 수준에 맞추는 정치야 말로 정치의 재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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