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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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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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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역시 정치를 꽤 좋아하는 것 같다.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대통령 선거 얘기가 벌써부터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요즘의 언론 보도를 보면 다음 대통령 후보 얘기들이 많다. 이렇게 일찍부터 시작해도 괜찮은가 싶을 정도다. ◆대통령 선거전의 조기과열 붐을 걱정하는 이유는 아직도 1년반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내년 12월까지 계속 선거얘기만 하다 보면 다른 일들을 소홀히 할 우려가 있다. 작년 6월의 지방선거로 한바탕 열병을 앓았던 우리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불어닥친 총선 열풍에 시달려야 했다. ◆이제 총선 열풍이 지나가자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니 잇단 선거로 바람 잘 날이 없다. 97년말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98년에는 다시 지방선거다. 95년 선거로 당선된 단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의 임기 3년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러고 보면 우리는 해마다 선거 열병에 시달리는 셈이다. ◆선거가 민주축제라고 하지만 엄청난 국력 낭비의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인력과 시간과 자금을 앗아가는 게 선거다. 국정운영과 행정과 예산의 편성 집행도 선거 때문에 왜곡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역과 지역, 집단과 집단 간에는 물론이고 가까운 이웃끼리도 갈등을 빚게 하는 것이 선거다. ◆선거라는 열풍이 할퀴고 간 상처는 금방 아물지 않는다.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계속 연타를 당한다면 작은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선거를 피할 수도 없다. 상처와 후유증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게 열풍이 아닌 훈풍으로 넘길 수는 없을까. 선거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할 것이 아니라 스포츠를 하듯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의식을 바꿀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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