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언질 못받은채 활로찾기 고심/여권 핵심부도 「배려」고민,안팎 “시선”최근 신한국당 의원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다. 바로 『허주는 어디로 가는가』이다. 7일 전국위에서 새 대표가 선출되는만큼, 김윤환대표의 거취는 당안팎의 주요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김대표도 자신에 쏠리는 따가운 시선을 십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으로부터 언질을 받은 바도 없고, 스스로도 어떤 행보를 취할지 목하 고민중이기 때문이다. 아호처럼 표표히 빈 배로 주유천하를 할지, 아니면 풍랑없는 방파제 옆에 정박해 있을지가 불확실한 것이다.
김대표가 내년 대권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자리는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가 거친 풍파에 익숙해 있다면,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고 두루 정객들을 만나는게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대표는 여권의 울타리를 벗어난 적이 없다. 총장 총무 정무장관 당대표 등 자리가 갖고 있는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역으로 여권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자신의 뜻을 이루기가 벅차다는 현실도 체험으로 느끼고 있다. 이런 이유로 김대표는 내색하지는 않지만 일정한 역할이나 자리에 다소나마 미련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권 핵심부도 김대표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이 적지않다. 선거 전후에 김대표가 보여준 독자적 행보에 부담을 안기도 했고 도전적인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를 과감히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재로서는 김대표가 엄연히 대구·경북의 수장격인데다 당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적지않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JP탈당 이후 동요하는 민정계를 추스렸고 지방선거 패배라는 처참한 상황에서 당을 무리없이 이끌어왔다. 더욱이 그는 YS정권을 탄생시키는데 굵직한 기여를 한 공신이다.
김대표의 표정은 잔잔하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상념이 도사리고 있다. 마치 자신의 시효가 끝난 것으로 판단하는듯한 여권 핵심부의 분위기 속에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미로의 정치게임을 하는 형국이다. 여권 구도상 그가 선택할 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김대표는 차선을 도출하려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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