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훔쳐 거액예금 인출도/「관계 정리」 거부하자 앙심서울 강남경찰서는 29일 불륜관계를 맺어온 30대 주부를 살해, 유기한 뒤 현금 2천2백만원을 인출한 이성인씨(30·무직·경기 성남시 야탑동)를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5일 상오11시께 J모씨(33·여·바이올린학원 원장)를 만나 J씨의 프라이드 승용차를 타고 하오 1시30분께 경기 양평군 강하면 수창리 도로 옆 야산에 도착, 승용차안에서 J씨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J씨가 『헤어질 수 없다. 당신 가족들에게 우리 관계를 폭로하겠다』면서 『빚 5백만원을 갚으라』고 말한데 격분, 차에 있는 전깃줄로 목졸라 살해한 뒤 승용차 커버로 덮어 야산에 유기했다.
이씨는 이어 J씨의 핸드백에서 통장과 비밀번호가 적힌 은행전표를 찾아내 하오 2시30분께 경기 하남시 주택은행 신장지점에서 현금 2천2백만원을 인출했다.
이씨는 이 돈중 1천7백50만원을 부인 등 명의의 6개은행 9개계좌에 분산 입금시키고 J씨의 프라이드 승용차를 한남대교 부근 한강시민공원에 버리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은폐했다.
경찰은 J씨의 여자 친구들을 통해 J씨가 이씨와 사귀어온 사실을 밝혀내고 이씨 주변에서 탐문 수사를 벌이다 이씨가 28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풍산리 친구집으로 달아나자 형사대를 보내 검거했다.
J씨는 모여대 3학년때인 85년 당시 고교 2학년이던 이씨를 만나 사귀어왔으며 91년 남편 김모씨(41)와 결혼,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범인 이씨는 전문대를 졸업한 뒤 92년 결혼, 부인은 출산을 앞두고 있다.<박희정 기자>박희정>
◎치정 살인극 안팎/연하 남자와 잘못된 만남 「11년 밀회」/피살여 달력메모·친구들 진술 단서
30대 주부 바이올린학원장 피살사건은 중산층 가정주부의 불륜행각이 빚은 비극의 종말이었다. 모여대 기악과를 졸업한 J씨(33)가 범인 이성인씨(30)를 만난 것은 대학 3학년때 서울 모교회에서였다. 여대생과 고교생으로 만난 이들은 처음엔 누나 동생사이로 지내다 차츰 연인사이로 발전했고 J씨는 이씨에게 『명문대에 진학하면 결혼해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는 전문대에 진학했고 J씨는 90년 명문대를 졸업한 현재의 남편과 결혼했다. 비극의 씨앗은 이들이 결혼후에도 불륜관계를 지속한 것. 이들은 한달에 한두번씩 꾸준히 만나 서울근교 유원지 등에서 밀회를 가졌던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두사람이 맺어온 오랜기간의 밀회를 양쪽 집안 가족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범인 이씨의 검거에는 살해된 J씨가 바이올린학원 달력에 남겨놓은 실종당일의 메모와 『J씨가 최근까지도 대학시절 사귀던 남자를 만났다』는 J씨 주변친구들의 진술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학원달력 4월25일 난에는 「10시30분」이라는 메모가 적혀있었다. 장소와 대상이 없는 이같은 시간메모는 매달 1∼2차례씩 적혀있었다.
이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자신에게 압축되자 27일 새벽 소주 10여병을 싣고 범행장소인 강원 화천군 평화의 댐 근처로 가 술을 마신 뒤 경찰이 출동하자 강물에 투신자살을 기도하는등 「후회의 빛」을 보였으나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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