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교 5학년 1,100명 등 실태조사/좋아하지 않는것 억지수강 더 괴로움/지나친 부담 스트레스·질병 유발 우려서울 강남의 박모군(12·P초등학교5년)은 학교를 마쳐도 바로 집에 갈수가 없다. 영어회화를 배우기 위해 먼저 학원에 들러야 하기 때문이다. 박군은 또 국어 산수등 학교교과에서도 남보다 앞서기 위해 다른 학원에 가야한다. 집에는 3개의 학습지와 학교에서 내준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친구와 맘껏 뛰놀거나 부모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찾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비단 박군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어린이 누구나 이같은 고달픈 일과를 겪고 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과 서울여대 여성연구소가 최근 서울지역의 초등학교 5학년생 1,100명과 학부모 1,066명을 대상으로 과외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91.2%가 과외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외를 하는 어린이들은 평균 2.4개의 과목을 배우고 있으며 또 절반이상(55%)이 평균 3.2개의 학습지를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의 모임의 송보경회장은 『이번 조사에서 더욱 더 심각한 문제는 어린이들이 하기 싫은 과외활동을 억지로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외활동은 주로 외국어교육(54.7%)과 학과목과외(50.2%)에 집중돼 있다. 이와달리 컴퓨터와 체육을 배우는 어린이들은 11.4%와 18.7%에 그치고 있다.
어린이들은 과외활동중 컴퓨터와 체육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다. 컴퓨터를 배우는 어린이중 60.3%가 컴퓨터를 가장 좋아한다고 응답했고 체육과외의 경우 53.8%의 어린이들이 수영 태권도등 체육활동에 대한 선호도를 표시했다. 반면 외국어를 배우는 어린이중 외국어교육을 좋아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36.7%, 학과목 과외의 경우는 10.4%에 불과했다. 자기뜻과는 달리 싫어도 마지못해 책상에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여대 강문희교수(아동학과)는『자기 적성과는 동떨어진 과도한 과외부담은 아이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고 결과적으로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질병에 시달리게 할 우려가 크다』면서 『어린이의 흥미와 관심, 발달수준에 알맞는 과외활동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의 모임과 서울여대 여성연구소는 과외실태와 관련한 이번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5월2일 하오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어린이부담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과외수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과 관련, 각계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자유토론이 벌어질 예정이다.<김병주 기자>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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