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국회때 극에 달했던 의원들의 당적 바꾸기에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느끼던 국민은 15대 국회가 개원도 하기전에 다시 그 꼴을 보고 있다. 선거가 끝난지 불과 2주일이 흘렀는데, 유권자들의 투표로 만들어진 의석 판도가 벌써 흔들리고 있으니, 유권자들을 도대체 뭘로 보는건지 어이가 없다. 사실 이번 총선에서는 정계개편설이 선거의 김을 뽑는 최대 요인이었다. 여당과 3개 야당이 선거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이런 저런 구도로 개편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무성한 가운데, 내가 선택한 후보가 어느 당으로 갈지 모르면서 표를 찍는 것은 한심한 일이기 때문이다. 야당 잘 하라고 찍어줬더니 여당과 통합하고, A당에 호감이 가서 찍었더니 B당으로 들어가는 정계개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총선결과 신한국당이 예상외로 선전하여 과반수에서 11석이 부족한 139석을 얻었는데, 결과적으로 적당한 의석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당이 참패를 면했으니 대대적인 정계개편을 추진할 필요가 없어졌고, 과반수에 약간 못미치는 의석으로 정도를 따라 대화정치를 편다면 정국운영에 무리가 없으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한국당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과거의 여당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영입공작을 벌이고 있다. 대개 선거직후의 영입교섭이란 여당 공천을 얻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친여성향의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고, 그런 경우 역시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이번에는 야당의원에게 까지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선자는 『지역주민의 80%이상이 공약실현등을 위해 내가 여당에 입당하기를 원하고 있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는데, 여당의 유혹없이 그가 그런 추파를 던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민련에서는 몇사람이 이미 흔들리고 있고, 선거법위반으로 구속위기에 몰린 다른 당선자가 탈당 소동을 벌이고 있다. 이 정부에서 경찰총수를 지냈던 그가 우선 탈당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발상은 여당의 영입교섭이 있었든 없었든간에 그가 느끼는 정국분위기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선거전에서 여당을 공격하여 당선된 사람이 여당으로 들어가는 것은 사기다. 15대 국회가 개원도 하기전에 국민은 벌써 사기당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국민이 만들어준 의석에 깊이 감사하고, 그 의미를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영입교섭은 유권자들이 만든 의석을 자의로 바꾸겠다는 부도덕한 행위다. 신한국당은 개혁을 외치는 여당답게 즉각 인위적인 의석늘리기를 중단해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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