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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족쇄를 풀것인가/방민준 경제1부장 (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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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족쇄를 풀것인가/방민준 경제1부장 (데스크 진단)

입력
1996.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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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선을 넘어섰고 올해안에 선진국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정부나 국민 모두 선진국 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현장의 기업인들과 관리들은 걱정을 털어놓는다. 자칫 우리 경제가 선진국으로 들어서는 문턱에 걸려 꽈당 넘어지지 않을까 불안스럽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우리 경제가 큰 문제 없이 제대로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수술해야 할 구석이 한두군데가 아니라고 실토한다. 갖가지 고질과 폐습들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꽉 잡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헤픈 씀씀이가 고질로 꼽히고 있다.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하다 귀국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놀라는 것이 한국의 엄청난 소비수준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었다고는 하지만 역시 우리나라의 전체 상황은 개도국수준인데 소비수준은 선진국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들의 소감이 느낌만이 아니라는 것을 한국은행의 「95년 민간소비지출 동향」자료가 증명해주고 있다. 400ℓ이상의 대형냉장고 구입비중이 우리 소득수준의 3.7배인 일본의 2배에 달하고 경차비중(3.9%)도 일본(22.6%)의 5분의1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인당소득 1만달러를 달성한 지난해 1인당 소비재수입액(연간 165달러)이 일본의 같은 시점(84년 49달러)에 비해 3.4배에 달했다.

 선진국의 부자들도 구매를 주저하는 세계적인 유명브랜드들이 우리나라에서는 판을 친다든가, 외국의 유명 외식업체 유통업체등이 국내에서 성업중인 것도 우리의 소비수준이 어디에 와있는지 보여준다.

 고속성장을 구가하던 우리 경제가 어느새 「고비용­저효율」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 치명적이다. 최근 들어 금리의 하향안정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여전히 경쟁국들에 비해 금리가 높고, 임금은 이미 선진국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땅값이 안정돼 있다고 하지만 국내에서 공장짓는 것보다 외국에서 공장짓는 것이 더 싸게 먹히는게 현실이다. 웬 규제가 그렇게 많은지 기업인들은 정부가 기업을 하라는 것인지 하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할 정도다. 물류비부담도 선진국보다 50%정도 무겁다.

 이때문에 외국기업인들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기업활동하기 어려운 나라중의 하나로 꼽고 있다.

 나웅배경제부총리가 최근 열린 한 조찬간담회에서 『개방시대에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 고물류비용에다 고행정비용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고 지적한 것을 보면 정부도 우리 경제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업인들은 더욱 답답해 한다. 문제를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크지도 않은 기업의 소망을 왜 못들어주느냐는 것이다.

 기업인들이 정부에 바라는 소망은 소박하다. 제발 정부가 나서서 우리 경제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일은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경쟁력강화를 위해 갖가지 처방을 내놓고 중소기업이나 노사문제에 대해서도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새로운 조치들이 발목을 죄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게 기업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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