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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교육과 수능시험(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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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교육과 수능시험(장명수 칼럼)

입력
1996.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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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발표된 교육개혁안중 「신직업 교육체제 추진안」에 고무되었던 실업계 고교들은 최근 국공립 개방대·전문대·기능대 입시에서 종전대로 수능성적을 반영하기로 결정되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실업고들은 요란하게 발표됐던 교육개혁안이 어떻게 석달만에 백지화할수 있느냐고 반발한다. 실업계 고교들이 지난 몇년사이 정원을 못채울 만큼 인기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전반적인 생활수준 향상으로 대학 진학 욕구가 높아져서 인문계 선호가 날로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고들은 학생들이 전문대등의 동일계열 학과에 지원할 경우 인문계 위주의 수능성적대신 기술자격및 산업체 경력등을 전형자료로 활용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지난 2월 발표된 교육개혁안은 그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여 『국공립 전문대등은 97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성적을 요구할 수 없다』고 못박았었다.

 그같은 개혁안이 후퇴한 것은 수능성적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의 질이 떨어질 것을 걱정한 국공립 전문대등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인데, 그 문제는 실업계 고교와 전문대의 줄다리기 싸움으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고, 실업교육 진흥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조정해야 한다. 기술인력의 양성과 계속교육을 통한 전문화가 시급하다는 것, 맹목적인 인문계 선호와 대학진학열을 직업교육으로 전환시켜 낭비적인 교육을 줄여야 한다는 것, 산업화·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려면 실업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개혁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정책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한 공고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학생들중에는 사회나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칭찬받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심한 좌절감을 품고 있는 학생이 많다. 졸업후 취업한 그들은 직장에서마저 학력차별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실망한다. 그들은 더 공부하여 전문기술인이 되고 싶어 하지만, 현재의 실업계 특별전형은 너무 문이 좁아 기회를 얻지 못한다. 체육특기자들은 대학에서 다투어 모셔가지만, 각종 기능경진대회에서 입상한 실업계 학생들은 동일계열 전문대에서도 특혜를 받지 못한다. 체육입국만 하고 기술입국은 안하려는가』

 지난 2월 발표된 교육개혁안은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체제 수립을 목표로 고교과정의 직업교육을 다양화하고, 실업고 학생들에게 계속교육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들을 제시했는데, 국공립 전문대등의 수능성적 요구로 그 골격이 흔들리고 있다. 실업교육 전체를 살리지 않고 소수의 엘리트 교육만으로 산업이 발전할 수는 없다. 수능성적 요구는 마땅히 재고돼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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