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인불구 “팔짱만 낄수야”/작년 북경 쌀회담때 상황과 비슷/무공·대사관 등 창구이용 가능성 4자회담과 관련된 남북한 비밀접촉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남북협상에 간여해온 우리측 관계자가 북경(베이징)에서 북한측과 접촉을 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NHK TV와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유력 매체들은 연이어 「남북한 비밀접촉설」을 보도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이를 강도 높게 부인하고 있다. 통일원의 한 고위당국자는 『4자회담과 관련한 당국·비당국이건, 공식·비공식이건 접촉이 전혀 없다』고 비밀접촉설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남북 쌀회담 때와 전금철의 북경회담 재개 제의, 최근 4자회담 제의 때도 정부는 이를 일단 부정했었다.
4자회담의 비중으로 미뤄볼때 막후에서 접촉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수그러 들지 않고 있고 이를 뒷받침 해주는 정황은 많다.
사실 정부내에서도 4자회담 제의 후 곧바로 북미 접촉이 가속화하자 남북 당사자간의 대화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미, 북일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팔짱을 끼고 있을 수 있겠느냐』고 의미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현재 남북한 접촉 채널로는 우선 북경이 유력하게 꼽힌다. 이 채널은 지난해 남북 쌀 회담 당시 사전 연락채널로 가동된바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경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북한 삼천리총회사간의 접촉은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며 『남북한 접촉이 이제껏 노출되지 않은 라인으로 진행된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북경에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정종욱주중대사가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주중 북한대사관과의 물밑 접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지난 18, 19일 우리 이환균재경원차관이 두만강개발계획(TRADP)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북경에서 김정우북한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4자회담 문제가 논의됐을 개연성도 있다. 김정우부위원장이 이후 세미나 참석을 위해 워싱턴으로 가 미국인사들과 잇단 접촉을 갖는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는 사실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 하고 있다.
이밖에 재미교포 기업가나 중국 조선족 C씨 등 6, 7명이 간여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진 민간 차원의 비밀채널도 거론되고 있다.
또 뉴욕에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가입해 있어 상시 채널이 열려 있는셈이다. 그리고 동구권 등에는 남북이 공관을 함께 개설한 곳이 많아 언제든지 접촉이 가능하다.
남북한 비밀접촉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한결같이 비밀에 부쳐졌다는 점이 공통이다. 72년 7월 이후락중앙정보부장이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 김영주노동당조직부장(현 부주석)을 만난뒤 김일성을 면담했다.
이후 남북한 비밀접촉채널은 5공의 장세동안기부장―허담당비서(91년 사망), 6공의 박철언안기부장특보―한시해노동당부부장(현 조평통서기국장) 라인으로 이어졌다.
남북비밀접촉에는 항상 최고통치자의 의지가 실려 있어왔다. 여러 얘기가 나돌고 있는 남북 비밀접촉이 과연 어느 수준인지가 주목된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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