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모일신 안정기반구축 포석/김 대표,새체제속 활로 찾을듯김영삼 대통령이 신한국당 대표를 교체키로 결정한 것은 내년 대선을 대비한 「그랜드 플랜」이 구체화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에 따라 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국정운영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총선후 여권의 가장 큰 과제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느냐이다. 일단 총선에서 호조를 보인 여권으로서는 여세를 몰아 대선의 기선을 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있다. 이를 위해선 총선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요구를 당운영과 정책등에 반영해야 한다는게 여권내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당의 전면적인 체제개편은 총선직후부터 예견돼 왔다. 다만 문책인사가 아닌만큼 국회직 인선과 연계해서 개편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단행시기를 저울질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환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유임과 교체의 양론이 있었으나 교체쪽이 우세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청와대는 대표를 교체할 경우 나타날 모양새에 신경을 썼던 것으로 관측된다. 김대표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교체했다가 자칫 문책성 경질이나 용도폐기로 비쳐져 보수층및 대구·경북의 정서를 자극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김대표의 교체를 전격 결정한 것은 면모일신과 함께 대권주자를 전면에서 후퇴시킴으로써 조기대권논의 차단 및 임기말 권력누수를 막는 효과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 부분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둔 여권의 경쟁력제고 전략과도 무관치 않다.
이같은 현실적 필요외에 최근 당지도부개편을 둘러싼 청와대와 김대표측의 미묘한 신경전도 대표교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직후 김대표가 여권핵심부의 의중과는 관계없이 당직자전원의 사퇴를 주장한 것이나 중진들과 잇단 개별회동을 가진 것 등은 여권핵심부의 심기를 자극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과 김대표는 25일 청와대회동을 통해 대표교체문제를 외견상 원만하게 처리했다. 김대통령은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했고 김대표도 반발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김대표는 24일 경질될 것이라는 소식을 처음 전해듣고 와병으로 인한 자신의 당사결근이 불만표시로 비쳐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썼다. 김대표의 이런 대처방식은 향후 정치적 운신을 고려한 수순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지역적 배경인 대구·경북에 대해 『팽당한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앞으로의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김대표는 대권가도에서 TK지역의 전략적 가치를 바탕으로 다시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중진들과의 연쇄개별회동은 대표로서의 역량을 과시하는 의미와 함께 향후 합종연횡의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타진한 다목적 포석이었다는 견해가 적지않다. 그런 점에서 김대표도 다른 주자들과 함께 본격적인 대권가도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정광철 기자>정광철>
◎대표 인선절차·물망인물/내달 7일 전국위소집 임명동의/관리형 유력속 의외인사 전망도
신한국당의 얼굴이 바뀐다. 김영삼대통령은 25일 김윤환대표의 사의를 수락하고 후임 대표를 비롯, 고위당직자의 인선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신한국당도 다음달 7일 전국위원회를 개최키로 하고 새 지도부 출범을 위한 세부적 준비에 나섰다.
신한국당은 무엇보다 물러나는 김대표의 예우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내주초에는 고위당직자회의를, 다음달 3일엔 당무회의를 각각 열어 김대표가 사퇴에 따른 소회를 밝히고 전국위 소집을 직접 지시토록 하는등 마무리작업을 주관케 할 방침이다.
전국위는 최고의결기구인 전당대회의 개최가 어려울 경우 위임사항을 대신 처리한다. 구체적으로 명예총재 추대, 대표 임명동의, 당헌채택 및 개정 등을 할 수 있다. 이번 전국위는 지난해 8월 김대표의 임명동의를 위해 열린 1차 대회에 이어 두번째이며 신임대표에 대한 동의여부를 결정한다.
실무적 준비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작 당안팎의 시선은 신임 대표의 얼굴에 쏠리고 있다. 김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감안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정확한 인선내용은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전국위원회 개최일 하루나 이틀전에 새 대표에게 통보하고 이를 철저히 보안, 가능한한 극적 효과를 거두려 할 것이다.
따라서 하마평에 오르는 2∼3인의 인사들중에서 새 대표가 발탁될지 아니면 예상을 뛰어넘는 「카드」가 나올지 여부가 관심사이다.
당내에서는 김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수행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대권경쟁의 조기과열을 막을 수 있는 관리형 대표가 기용될 것이란 관측이 가장 유력하다. 이런 맥락에서 원만한 성품의 이홍구전총리가 1순위 후보로 꼽히고 있다.
또 민주계 원로인 김명윤 전국구당선자도 꾸준히 거론된다. 사실상 의심의 여지가 없는 관리형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계 총장이 거의 확실시되는 마당에 대표마저 민주계 인사는 무리가 아니냐는 견해가 많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김윤환 대표 일문일답/“나름대로 최선,정치적 평가 필요”/선거 끝난뒤 당정비 당연판단 사의표명
김윤환 신한국당대표는 25일 김영삼 대통령과의 청와대오찬회동을 마친뒤 여의도 당사로 돌아와 『김대통령께서 「고생하셨고 수고가 많았습니다」라고 말했다』며 대표경질사실을 공식확인했다. 김대표는 이미 마음의 정리가 끝난 듯 『전국위가 끝나면 일본에 다녀올 생각』이라며 담담한 표정으로 향후 계획을 밝혔다. 다음은 김대표와의 일문일답요지.
―오찬회동에서 사의를 표명했는가.
『사의는 지난번(17일 주례회동)에 이미 했지 않은가』
―새 대표선출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시기는.
『대통령께서 내달 10일쯤 하자는 것을 가능한 한 빨리하는게 좋다며 2일이나 3일쯤 하자고 건의했다. 그래서 내달 7일로 결정됐다』
―현재의 심경은.
『총선이 끝난뒤 새로운 체제로 당을 정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번 고위당직자회의(15일)때 일괄사의를 표명하자고 했고 1주일이 지난 뒤에야 수용된 것이다. 김대통령이 오늘「그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말씀하시더라』
―후임대표에 대해 협의가 있었나.
『내가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
이에 앞서 김대표는 이날 아침 서초동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나는 전혀 대표자리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며 퇴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김대표는 그러나 6·27지방선거참패 이후 사무총장과 대표를 맡으며 소속의원들의 이탈방지등 당의 안정에 기여한 점등을 거론하며 『보상을 바라는 것은 아니나 당과 국가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치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며 심경의 일단을 내비쳤다.<이동국 기자>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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