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후 지구서 영원히 사라져인류의 역사는 질병의 역사라고 했듯이 인류는 수많은 질병에 시달려왔다. 그리고 인류문명이 흥망성쇠를 거듭해온 것처럼 질병도 시대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다. 아예 사라진 문명이 있듯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존재 자체가 없어진 질병도 여럿 있을 것이다.
오늘날 그러한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두창뿐이며 인간의 노력으로 퇴치된 유일한 질병도 바로 두창이다. 이 질병은 일제때에도 마마, 손님, 두창으로 불렸는데 일제로부터 해방된 오늘날 오히려 일본식 병명인 천연두로 통용되고 있어 또다른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한다.
한국전쟁통에 태어난 필자의 기억으로 어렸을 때 가장 무서워 하던 병이 바보가 된다는 뇌염과 더불어 두창이었다. 그만큼 치사율도 높았고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초등학교 시절 학급에는 두창의 흔적인 곰보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보다 연배가 7년쯤 아래인 세대들부터는 곰보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59년에 두창 환자가 마지막으로 보고된 뒤 40년 가까이 새 환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세계적으로도 77년 이후로 환자가 생기지 않아 세계보건기구(WHO)는 공식적으로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진 질병으로 공표했다.<황상익 서울대의대교수·의사학>황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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