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공연장 구조를 보면 다소 예외는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게 되어 있지만 유럽에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오래된 극장들은 그렇지 않다. 객석의 배치는 말굽형으로 되어 있는데 무대는 원형이 아니라서 객석이 좌우로 치우칠수록 무대가 잘 보이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어느 자리에서는 거의 안보이는 수도 있다. 관광객이 멋모르고 싼 티켓을 사가지고 들어와 이런 자리를 만나게 되면 울화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그런데 유럽의 전통적인 도시구조를 보면 옛날 극장이 이런 모양으로 된 이유가 어느 정도 짐작된다. 특히 라틴계의 도시들을 보면 도시 복판에 성당이 있고 성당 앞에 광장이 있으며 광장을 둘러싸고 여러 층의 건물들이 있어 건물의 창을 통해 광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중세기 때부터 교회 앞에서는 종교극을 공연했고 연극 뿐 아니라 사형집행, 싸움, 카니발 등 온갖 스펙터클이 광장에서 벌어지곤 했다. 유럽 전통극장의 객석구조는 바로 도시의 모양을 따른 것이고 관객의 관심이 무대 뿐 아니라 극장내부의 모든 것에 있었음을 의미한다. 무대에서 진행되는 극보다는 오히려 누가 어떤 보석을 달고 왔는지, 누가 어떤 애인을 동반했는지 서로서로를 살피는데 더 관심이 있었을지 모른다. (오페라글래스라는 것은 실은 무대보다는 객석을 보는데 더 많이 사용되었다)
우리가 일본을 통해서 받아들인 서양식 무대예술은 이처럼 관객과 「함께」 발전해온 것이다. 관객이 빠진 극장이라는 것은 개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관객은 극장구조 뿐 아니라 모든 무대예술의 형식과 출연진의 성격을 만드는데 참여해왔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관객이 배우와 호흡하여 그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무대예술보다는 복제하여 만들어지는 영화가 더 빨리 정착되었다. 관객이 적극 참여해야만 무대가 발전한다는 인식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참을성을 가지고 한동안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공연장으로 들어오는 통로에 치워도 치워도 쓰레기가 널린다. 이번 선거에 대단한 판단력을 보였다는 우리 시민이 내던지는 쓰레기다. 이 쓰레기가 저절로 없어질 때 쯤이면 우리나라의 무대공연도 세계적 수준이 될까 생각해본다.<예술의 전당 예술감독>예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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