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온라인 “탈공간” 매매 신질서/금융가전세계 단말기로 연결 동시투자·거래“활황”/증권가「개미군단」 결집해 기관 투자가 능가 “새세력”/차시장한자리에서 은행융자할부상담차인수까지컴퓨터 화면과 네트워크가 형성하는 공간, 즉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가 미국의 상거래 관행에 일대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정보가 곧 돈으로 연결되는 정보화시대에 아메리카 온라인, 컴퓨서브, 프로디지등 컴퓨터 네트워크가 은행, 증권투자자, 기업의 기존 거래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컴퓨터 온라인망은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농락당하던 소액투자자들을 결집시켜 뉴욕 증권가에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시키고 있다. 미국금융가는 단말기 화면을 통해 런던과 도쿄(동경)등지의 파트너와 직접 대화하면서 동시간대에 주식과 환율의 투자와 회수를 결정, 국가간 금융거래량을 늘리고 새로운 금융상품을 창조해 내고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의 발달은 또 부동산, 자동차 할부거래등 지구촌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매물의 거래를 화면으로 처리, 미국사회에 전자상거래 시대를 활짝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뉴욕 맨해튼섬 남단 리버티가에 있는 체이스맨해튼은행 본사의 13층에는 육중한 컴퓨터 본기기가 한층을 꽉 채우고 있으며 14층에는 2,000여대의 단말기가 빼곡이 들어서 있다. 단말기 화면앞에는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의 은행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 은행의 베노이트 자둘 이사는 『전세계 외환 정보를 한 화면으로 볼 수 있다』며 『세계 외환거래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데는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유럽통합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시장을 기술적으로 분석하는 컴퓨터 네트워크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고 말했다.
국제 외환거래량은 87년 1조6,000억달러에서 91년 7조9,700억달러, 94년 23조5,000억달러로 7년 사이에 14.7배나 늘어났다. 앞으로도 국가간 자본거래가 급증할 추세인데 여기에 각국간 은행, 은행과 고객을 연결하는 온라인망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체이스맨해튼은행은 전망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또 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의 힘에 무기력하게 눌려 지내던 개미군단의 역할을 바꿔놓고 있다.
지난해 뉴욕 월스트리트에 무서운 20대로 부상한 톰 가드너(29)와 데이비드 가드너(27) 형제는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해 소액투자자들을 결집, 월스트리트의 큰손들과 경쟁하고 있다. 가드너 형제는 지난해초 소액투자자들을 바보(Fool), 신용투자자등 기관투자자들을 현명한 사람(Wise)으로 각각 규정하고, 「Motley Fool」이라는 온라인으로 바보들의 규합에 나섰다. 온라인에 가입한 소액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나, 신문기사, 브로커들을 무시하고, 투자할 회사를 직접 방문하거나 손수 입수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보냈다. 그들은 스스로 모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투자할 회사를 정했다.
그들이 투자한 아이오메거라는 전자부품회사의 주가는 1년 사이에 10배 이상 껑충 뛰었다. 올들어 아이오메거의 수익이 떨어지고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데도 온라인망을 통해 결집한 소액투자자들의 무서운 투자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
가드너 형제는 최근 출판된 자서전에서 『컴퓨터를 통해 (소액투자자들의) 전국적인 대화를 하게 됐다』며 『온라인 덕택에 대규모 증권브로커가 아닌 소액투자자들이 월스트리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컴퓨터 네트워크의 세계는 부동산과 광고시장, 자동차 판매등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캘리포니아 샌레이몬 소재 코드웰뱅커―팍스 부동산은 인터넷과 아메리카 온라인에 수천개의 부동산 리스트를 올려놓고 있다. 온라인에 올려놓은 정보는 부동산 주소와 가격, 브로커의 이름 및 전화번호, 간략한 설명등이다. 이 회사에는 하루에 300∼400명의 가입자가 문을 두드리며, 월평균 100건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의 월드 와이드 웹은 지난해말 자동차 제조업에서 맥주회사에 이르기까지 1만2,000개의 기업광고를 실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의 인터넷 출입이 용이해졌기 때문에 현재 350만명의 웹 가입자가 2000년에는 2,5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매매에서는 IBM이 체이스맨해튼은행과 제휴, 구매자가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돈을 빌리고 차를 몰고 나가는 과정을 몇시간만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시험적으로 추진중이다.
컴퓨터 네트워크가 형성하고 있는 전자상거래는 아직 초보적 단계지만 데이터 저장장치등 컴퓨터 본기기와 주변기기에 대한 신기술이 속속 개발되면 2000년대엔 상거래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뉴욕=김인영 특파원>뉴욕=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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