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재완화·경제적 지원 노려/최근 강경이미지 “탈색” 의도도우리정부는 김정우 북한 대외경제위원회부위원장이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열린 「한반도경제협력회의」에서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동참 의사를 표명한데 대해 이를 북한의 근본적인 노선전환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정부는 오히려 김정우의 연설이 북한 주체경제의 탈피 선언으로 과장인식돼 대북 접촉방안에 대한 우리 내부의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눈치다. 이 회의에는 우리측 대표도 참석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했으며 김진현 전과기처장관 등 5명이 개인자격으로 참석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김정우의 발언은 기존 경제정책의 되풀이』라고 지적한뒤 『발언의 시기와 장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경제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미국의 경제제재조치 완화 및 지원을 통해 당면한 경제난을 탈피하고 전반적 북·미관계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데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또 4자회담제의와 판문점 무력시위 등 최근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강경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선전의 일환이라는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 김부위원장은 『우리들은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야심찬 접근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북한 경제는 자본주의국가들에 의한 적대적이고 가혹한 경제제재 조치로 불리한 여건에 처해있다』는 종전의 비난을 반복했다.
그는 또 『우리들의 첫번째 목표는 동남아시아, 두번째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라며 『궁극적으로 북한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외국자본과 첨단기술의 도입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은 김부위원장이 되풀이해온 것으로 대부분이 이미 공개된 것이다.
김정우의 발언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그가 개방성향을 지닌 경제계의 실세로 최근 북한내부에 개방을 둘러싸고 강온 양파간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통일원이 펴낸 95 북한개요에는 김부위원장은 김정일의 고종동생으로 돼 있다.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경제개방의 당위성을 밝혀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동남아와 중동지역을 주요한 무역시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94년4월 최고인민회의), 『정치와 경제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95년12월 김정우) 등이다.
이번 김정우의 연설도 이같은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시각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김정우가 주체경제같은 기본 정책의 전환문제를 논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김부위원장의 발언을 평가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김정우 발언요지
북한이 자립자족의 경제정책을 고수해 온 것은 북한 자체의 폐쇄성보다 외부에서 제한적인 조치들을 취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자본주의 국가들은 북한에 대해 여러가지 경제제재를 해왔다. 인류의 경제생활이 지구촌 시대를 맞이함에 따라 이제는 이념과 체제를 초월한 국제적인 협력증진이 필요하게 됐다. 위대한 지도자인 김정일동무도『북한에 우호적인 나라와는 경제개발과 기술협력을 증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대외경제측면에서 각국과의 협력방안을 증진시켜 왔다.
사회주의 시장이 붕괴됨으로써 북한은 이제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경제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의 해외시장은 그 70%가 사회주의 국가, 나머지 30%가 자본주의 국가이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에 따라 효율성 측면에서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를 위해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시장방식을 폭넓게 도입하고 교역상대국을 다변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 단순한 교환거래 방식에서 벗어나 합작사업(Joint Venture)형태도 추구할 생각이다. 사회주의 국가들을 대상으로 해왔던 자립자족 경제정책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된다. 최근의 대외접촉들이 국제적인 협력증진을 원하는 북한의 경제정책을 외부에 이해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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