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체제개편 목청… JP에 도전할지 관심자민련의 대구·경북지부장인 박철언부총재는 요즈음 목소리를 높이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김종필총재 중심의 단일지도체제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 당안팎의 시선을 모았다.
박부총재는 22일 기자와 만나 『당을 합의제로 운영하고 정책결정과 재정집행과정도 좀더 투명하게 함으로써 민주적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도체제 개편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 16일 당선자대회가 끝난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앙당이 대구·경북지역 선거를 망쳤다』며 『충청도당과 1인중심의 정당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김총재가 가부장적 추장자리에 만족하느냐, 나라를 위한 큰 정치를 하느냐하는 기로에 서게됐다』며 김총재를 걸고 넘어지는 듯한 발언을 여러차례 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자민련에 합류한 뒤 의외로 「낮은 포복」자세를 견지해왔던 박부총재가 이같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그가 책임을 맡았던 TK(대구·경북)지역이 총선에서 선전했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경북에서 불과 2석을 얻는데 그쳤지만 대구에서는 전체 13개의석중 8석을 차지할 정도로 바람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자민련의 세력판도는 크게 충청권과 대구·경북권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박부총재의 지도체제 개편요구 발언은 당내 주류뿐만 아니라 TK지역 인사들로부터도 상당한 비판을 받고있다. 대부분의 당관계자들은 『박부총재의「튀는 성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선거직후에 당내분열을 조장하는 그같은 발언을 한 것은 잘못』이라는 반응이 주조를 이루었다. 물론 『박부총재의 직언이 총재친정체제 강화에 제동을 걸었다』는 당내 소외그룹의 동조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김총재의 측근들은 박부총재의 이같은 언행에 대해 『결국 일을 저지를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일부 TK출신 인사들도 박부총재의 지역대표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박부총재는 『내가 TK를 대표해서 한 것이 아니라 당발전을 위해 평소에 주장했던 얘기를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안팎에서는 박부총재가 내심 TK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계산된 행동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는 TK 맹주자리를 놓고 구파의 박준규최고고문 뿐만아니라 같은 신파의 김복동수석부총재등과도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박부총재는 김총재의 「우산 속」에 들어가기를 꺼리고 있는 듯 원내총무직 제의도 고사하고 있다. 그는 표면상 『시도지도부장을 맡기도 벅찬 입장이어서 당3역을 맡을 수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같은 처신에는 「김총재 지시를 직접 받아야하는 당직에서는 독자적인 행보를 할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같다. 어쨌든 당내에서 유일하게 JP의 지도력에 도전할 인사로 지목되고 있는 박부총재는 앞으로도 특유의 「치고 빠지기」식으로 제 목소리를 내면서 세력확대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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