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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장애인의 재활」 책낸 서영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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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장애인의 재활」 책낸 서영한씨

입력
1996.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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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절망을 거부한 “인간승리”/행시합격 공직생활중 사고로 하반신 마비/2년투병 지친 아내 가출,딸과 함께 낙향/고물상하며 자료수집 전문가수준 집대성행정고시 출신의 척수장애인이 19일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4년여간의 눈물과 집념으로 척수손상과 재활에 관한 지식을 집대성한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불의의 사고로 청운의 꿈을 빼앗겨버린 전도유망한 공무원이 하반신 마비와 생활고, 부인의 가출이라는 불행을 딛고 일어난 「함께 사는 사회」의 표상으로서 그의 인간승리를 더욱 값지게 하고 있다.

서영한씨(34·대전 유성구 구즉동 송강마을아파트 104동1107호)가 최근 펴낸 「척수장애인의 재활」은 의료·사회복지분야 전문가도 손대기 어려웠던 관련분야 지식의 집대성으로 평가된다. 척수손상 총론에서 시작해 재활공학, 합병증의 예방과 치료, 장애인 고용직종과 문제점 등 내용을 19장으로 나눠 자세한 그림과 함께 기술했다.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85년 행정고시(30회)에 합격, 결혼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부러운 시선을 받는 공직생활을 시작한 서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은 88년11월11일. 제약회사의 부당거래 현장조사차 들어간 창고에서 무너져 내린 약품더미에 깔린 것이다. 서씨는 박편골절 진단을 받고 영남대병원에서 합병증으로 15차례나 수술을 받는 등 2년간을 투병했다. 퇴원한 그를 기다린 것은 병구완에 지쳐 달아난 무정한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4살짜리 어린 딸 「봄」 뿐이었다.

절망한 서씨는 스스로 직장을 떠나 고향 문경으로 내려갔다. 방황을 거듭하다 92년 마음을 다잡은 서씨는 딸의 손을 이끌고 장애인 시범도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전을 선택, 정착했다.

우선 생계를 위해 고장난 충전기 속에서 구리를 수집해 파는 고물상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골방에 갇힌채 삶을 재촉하고 있는 같은 처지의 척수장애인들을 위해 남은 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했다.

고물상을 하는 틈틈이 병원 휠체어에 의지해 서울대 등 전국의 유명병원을 찾아가 전문지식을 쌓고 자료를 수집했다. 서씨는 집필하면서 충남북일대에 숨어사는 척수장애인들을 찾아 재활 의욕을 북돋아주고 영세민 자녀들을 위해 공부도 가르쳤다.

딸 「봄」(10·송강초등 4)은 그에게 가장 큰 힘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이다. 딸은 아버지의 휠체어를 끌고 집안의 궂은 일을 도맡아하면서도 밝은 표정을 한번도 잃지 않았다. 학교에서 효행상도 받았다.

홀로 꿋꿋이 일어난 서씨는 앞으로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버림받은 척수장애인들을 위해 남은 힘을 바칠 생각이다. 그는 장애인장학기금 설립과 척수장애인들의 가장 큰 고통인 성기능장애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대전=최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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