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들이 18일부터 청와대에서 연쇄회담을 갖는다는 보도를 본 국민은 아마 다소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영수회담이란 말 자체가 워낙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고 또 사실 그런 방식의 회동이 언제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희귀한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돌이켜보면 김영삼대통령은 취임후 93년 한차례 94년 세차례 이기택민주당 대표를 만난 것이 영수회담의 전부다. 김대통령은 95년 8월 김대중새정치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과 청와대에서 만난 일이 있으나 그 때는 단독이 아니라 24명의 각계 대표들과 동석한 자리였다.
영수회담은 그동안 정국이 꼬일 때, 큰 사고가 났을 때, 국가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가끔 열렸고 야당의 요구도 끈질기게 있었지만 제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해보았자 이렇다 할 성과도 없었고 때로는 안한 것만 못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영수회담에 대한 매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만남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말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처럼 잊혀져 가는 것 같던 영수회담이 선거가 끝나면서 다시 살아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선거기간중 김대중총재가 요청한 일도 있고, 또 김영삼대통령으로서는 한미 정상회담도 끝낸 뒤여서 할 말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성사된 것 같다. 형식도 3야당 대표를 한꺼번에 만나는 것이 아니라 따로따로 단독회담을 하기 때문에 깊은 속 얘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번 총선결과를 보면 4당은 서로 협조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다. 어느 당도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단독으로는 국회를 끌고 갈 수 없다. 여당에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다. 3야당 역시 의석을 모두 합쳐도 과반수가 안된다. 3야당간의 공조가 철통같다 해도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게 되어 있는 게 바로 15대 국회의 구도다.
따라서 새 국회에서는 뭐니뭐니 해도 화합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여당은 집안을 화목하게 끌고가야 하는 동시에 야당과의 관계도 긴밀하게 유지해야 한다. 야당은 야당끼리의 제휴를 도모함과 아울러 여당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야간에 혹은 야야끼리 과거처럼 반목과 대결로 일관할 경우 결국 파행과 파탄을 자초하고 말 것이다.
대화와 화합이 필요한 부분은 비단 국내정치뿐만 아니다. 지금 북한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4자 회담이 제기되어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외적 도전을 이겨내려면 과거와 같은 소리(소리) 정치로는 안된다. 이제는 거시적 안목에서 국가 장래를 내다보는 큰 정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번 여야 영수회담이 그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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