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공식입장」 일단 기다리기/“사안중대 3∼7일 이상 걸릴것”/수용·거부 등 예상 후속책 검토4자회담 제의에 대한 북한의 공식반응이 나오려면 최소 3∼7일은 걸릴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또 4자회담 제의가 장기포석이기 때문에 북한이 단기적으로 부정적 반응을 보이더라도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손성필 러시아주재 북한대사는 16일 4자회담 제의가 발표된 후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은 4자회담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미국과의 회담만을 원한다』며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노동신문은 16일자 논평에서 막연하게 『한국은 정전협정 문제에 뛰어들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언급들이 북한의 직접적·공식적 입장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북한에서 격식을 갖춰 공식반응을 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우리가 북한에 4자회담을 통보한 날이 14일인데 손성필대사의 기자회견은 15일 예정됐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우리 제안을 검토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손대사의 기자회견 주제도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지난 9일 외교부대변인 담화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통상 우리측 제의에 짧으면 3일, 길면 일주일 후에 입장을 밝혀왔다』며 『우리가 이례적으로 사전에 대북제의를 알렸고 사안도 중대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통일원의 한 당국자는 『북한 방송이나 외교부대변인, 또는 당기관지 노동신문 사설 정도 수준에서 4자회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있어야 공식입장으로 볼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자회담은 북한이 줄기차게 관계개선을 요청해온 미국이 개입돼 있는데다 득실계산이 간단치 않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즉각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손대사의 거부 발언은 우리측의 후속반응을 엿보기 위한 일종의 애드벌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김정일의 집무스타일이 규칙적이지 않고 식량과 에너지난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북한이 신속하게 대응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우리측의 2+2 제의 움직임에 반발해왔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으로서는 남한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즉각 수락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기본방침은 우선 기다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수용, 수정제의 또는 조건부 거부, 무조건 거부 등 3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대응책을 검토중이다.
정부는 북한이 4자회담에 응하더라도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 실질적인 북·미대화 국면을 조성하면서 우리와 중국을 옵서버 수준으로 격하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북한은 선택과 명분의 문제를 놓고 계산서를 뽑느라 고심하고 있다는게 정부의 분석이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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