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 비리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놀라움과 의혹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25개의 사과상자에 담긴 전씨의 숨겨둔 현찰 61억원이 공개되는가 하면, 그런 중대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유지하려는 검찰의 자세에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일이 잦은 것이다. 이런 점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자세변화가 있어야 할 시점이다.사실 공개된 현찰더미사진을 보는 국민의 심경은 착잡하다. 그런 거액이 현찰로 창고에 감춰져 있을 수 있었던 어두웠던 과거에 대한 새삼스런 한탄과 함께 분노를 금하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1월24일의 압수사실이 첫 공판과 총선을 넘겨 이제야 공개되는 현실에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지금 시중에는 검찰이 총선에의 영향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그런 중대사실에 대한 발표를 늦췄다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검찰권이 지금도 정치적으로 행사되는게 아닌가 하는 의혹인 것이다.
아울러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재벌그룹의 총수가 전씨채권의 변칙실명전환을 알선해 현금화한 돈중 61억원을 자기집에 보관까지 함으로써 업무방해 혐의가 있는데도 문제삼지 않은데 대해 다른 경우와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공판정에서 공소유지에 나선 검찰의 자세에는 납득키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검찰은 전씨가 조성했다는 6천억원의 비자금중 아직도 남아 있는 게 1천4백억원이나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 증거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공판을 방청한 국민은 물론이고 담당재판부마저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지금껏 현찰더미를 그처럼 압수하고 비밀계좌를 몇달째 추적해 온 검찰인데 어째서 아직도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그러고서도 어떻게 공소를 유지하겠다는 것인지를 모두 궁금해 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전씨를 특가법상의 뇌물죄로 기소한 마당인데 뇌물을 준 사람들을 공판정에 증인으로 불러 뇌물죄의 구성요건을 입증치 않고 있는 것도 또 다른 궁금증의 원인이다. 그러고도 어떻게 뇌물죄로 단죄하겠다는 것인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씨가 정치인과 언론인들에게 1백50억원을 뿌렸다는 이른바 「전두환리스트」도 검찰의 추궁의지가 미약해 전씨가 진술을 번복한채 흐지부지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전직대통령의 비리단죄에 대해 국민적 분노와 의혹을 풀어 주려면 검찰권행사와 수사의 기본부터 성실히 지켜 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단죄의 의미는 축소되고 검찰의 거듭나기도 공염불이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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