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 부의장과 각별한 접촉/대권행보 공조여부 주변 촉각총선의 들뜬 분위기가 가라앉는 요즈음, 신한국당의 대표실 주변은 오히려 북적거리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 김윤환 대표가 대구·경북에 상주하는 바람에 대표실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적막강산)이었다. 그러나 선거후 김대표가 당무에 복귀하고 당선자, 낙선자가 줄줄이 찾아오면서 대표실은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외양만 번잡한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김대표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김대표는 15일 이한동 국회부의장을 만난데 이어 18일에는 이회창 전총리와 회동할 예정이다. 또 최형우 의원을 비롯, 이홍구 전총리 박찬종 전의원 등과도 연쇄적으로 접촉할 계획이다. 그는 또 15일 김영광 박명근 의원과 오찬을 함께했고 16일에는 이자헌의원 등과 조찬을 하는등 허주계 낙선의원들을 위로했다.
이 대목에서 관심사는 김대표의 발빠른 행보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느냐 이다. 이와함께 평소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인 김대표와 이한동부의장이 회동을 했다는 부분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김대표가 당직자 일괄사표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접촉범위를 확대,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는데 대해서는 「존재확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가깝게는 지도부개편이나 국회직인선에서, 멀게는 여권내 역학구도와 대권경쟁에서 나름대로 일정한 목소리를 내고 위상을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같다. 이런 행보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대권인지, 아니면 「킹 메이커」인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이와관련, 김대표는 사석에서 「킹 메이커」를 시사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표는 특히 『허주와 손잡지않고 누가 큰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언급을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대권의 꿈을 접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상황에 적응하는 특유의 감각으로 결정적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때문에 확실히 대권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이한동부의장이 대권승부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김대표와 거리를 좁히고 있는 현상은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15일의 회동에 대해서도 이들은 『확대해석을 하지말라』고 말하면서도 『아무 의미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라고 여운을 남기고 있다. 김대표나 이부의장의 측근들은 『행간을 읽어달라. 두 중진이 선거결과, 정국운영에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두 중진은 『개혁이 총선 선전의 외피라면, 안정은 내피』라며 개혁위주의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고있다. 두 중진은 『서울 승리가 20대 보다는 40대 이상의 지지때문』이라는 각종 조사의 분석에 유의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국정에는 개혁외에도 안정기조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내면적으로 민정계의 역할론을 의미하고 있다. 특히 이부의장은 「정치적 경륜」을 강조하고 있다. 이부의장은 선거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인사, 조직 전체 보다는 개인적 인기에 치중하는 스타일이 대권후보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하고있다는게 주변의 전언이다. 결국 이부의장이 김대표의 인식에 공감을 표시하고 그의 위상에 힘을 실어 주는듯한 태도는 공조의 메시지이자, 자신의 대권도전을 우회적으로 구체화한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김대표가 이부의장과 우호적인 악수를 나눈데는 대권구도를 상호보완관계로 유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