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대결구조 해결” 기대/“관련4국 모두 명분충족 적대청산”미/동의 우회표명속 “당사자대화 원칙”중/“대북수교 교섭 재개 청신호” 환영일/영향력축소 우려 2+4방식 등 주장러▷미국◁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4자회담 전격 제의는 복잡다단한 한반도 문제의 일괄타결을 노린 획기적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제안은 북·미 직접대화를 통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 온 북한의 공세에 대한 미시적 대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한반도의 오랜 적대구조를 변경시킬 거대한 구상임에 틀림없다.
클린턴대통령은 4자회담의 성격을 「무조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북한측의 평화협정 체결요구를 일단 수용했다. 이는 물론 한국측의 참여를 전제로 한 양보지만 공화당이 장악중인 미의회에서는 『북한측의 무력시위에 또다시 굴복했다』는 시비를 일으킬 소지도 없지 않다. 클린턴대통령이 이번 제의를 내놓으면서 한국과 공동제의 형식을 취한 배경 가운데는 선거철에 그같은 정치적 논란의 소지를 줄이겠다는 속셈이 들어있다.
그동안 「한국문제의 한국화」 또는 「한반도문제의 당사자 해결원칙」을 견지해온 미국이 이번에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제시한 데는 『현상태에서 남북한직간접대화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남북대화를 고집하다가 한반도에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면 클린턴행정부의 외교치적이 상처를 입게된다는 분석을 한 것이다.
이번 제의는 북한이 거부하더라도 미국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대안이다. 무엇보다도 「2+2방식」은 군사정전위의 구성과 마찬가지로 남북한 미국 중국등 4개국이 대표성을 갖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 한반도문제 해결구상에 중국을 끌어들여 그들과의 안보협력 의사를 구체화했다. 여기에는 중국의 이해에도 부합되는 한반도 안정문제에 대한 상호협력을 통해 경색된 미중관계를 회복시켜보자는 의도도 들어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남북한과 중국등 관련 당사국들이 미국의 4자회담 제의를 수락할 수 있는 적기를 맞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한국정부는 총선결과 대북 정책에 여유가 생겼고 북한도 변형된 형식이기는 하나 그들의 숙원인 평화협정 체결의 돌파구를 찾을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중국도 한반도에 일정한 영향력을 확보할 기회가 주어지므로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중국◁
「2+2」 회담방식에 대해 중국측은 일단 긍정적인 자세다. 심국방(선궈팡)중국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 『미국의 제의를 주목하고 있다』는 등의 표현으로 완곡하게 이 제안에 호의적인 자세를 표명했다.
사실 중국은 한미정상의 「2+2」제의가 있기 나흘전인 12일 이미 이에 대해 「사전동의」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의 녕부괴(닝푸퀴) 아시아국 국장은 일본 요미우리(독매)신문과의 회견에서 정전협정을 대신할 새로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한국과 미국이 조속히 북한과의 3자협의를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중국도 참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었다.
중국측의 우회적인 「사전동의」와 제안직후의 호의적 자세 표명은 중국이 ▲한반도 평화유지 ▲대남북한 등거리 자세 견지 원칙중에서 한반도 평화유지에 무게중심을 두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정전협정문제를 둘러싼 남북한간 의견대립과 관련, 절묘한 등거리 자세를 취해왔다. 『정전협정을 대신할 새로운 평화보장 체제가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라는 말로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북한측을 거들고 『그러나 새로운 평화보장체제가 구축될 때까지는 정전협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자세 표명을 통해 한국측을 안심시켜 왔다.
따라서 「2+2」방식에 대한 중국의 호의적 태도 표명은 비무장지대(DMZ)불인정 선언등 한반도의 안정을 깨뜨리려는 북한측의 「위험한」기도에 대해서는 중국이 동의할 수 없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중국측의 이같은 자세 표명을 두고 중국이 대남북한 등거리 원칙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중국외교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최근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당사자들끼리 협상을 통해 기본적 견해가 마련되어야 유관국도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2+2」방식에 동의하지만 북한측과의 마찰을 무릅쓰면서까지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는 않겠다는 예의 이중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북경=송대수 특파원>북경=송대수>
▷일본◁
일본은 4자 회담에 대해 명확한 지지를 표시하고 이것이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에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일본은 또 한반도문제가 17일 도쿄(동경)에서 열리는 미·일정상회담에서 주요의제가 될 것이며 클린턴미대통령이 일본에 협력을 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은 그러나 한미 양국의 유연한 자세에 대해 북한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대미 관개개선을 바라는 북한으로서도 일정수준의 남북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며 그 예로 북한이 2월 하순 방북한 미국무부관계자에게 『북·미평화협정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한국이 옵서버자격으로 참여해도 좋다』고 말한 점을 들고 있다.
반면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교섭상대를 미국으로 한정하고 있고 91년 베이커 당시 미국무장관이 제안한 6개국협의(남북한 및 미일중러의 「2+4회담」)를 반대한 적이 있어 성사 전망이 결코 밝다고만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북·일 국교정상화교섭 재개를 애타게 바라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어느정도 독자적으로 대북접촉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대북접촉에 있어 한국의 이해를 얻어야 하는 등의 「장애」가 제거됐다는 입장인 것이다.
또 이번 제안은 미국의 동북아 신안보체제 구상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어서 한반도문제에 대한 일본의 위치가 강화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우선 북·일국교정상화교섭 재개를 정부차원에서 착착 추진할 것이 예견된다. 일본이 한미양국의 대북 유화조치를 기초로 한국측의 긍정적인 「묵인」이라도 받아낸다면 북일관계개선 교섭 재개가 의외로 빨리 가시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도쿄=박영기 특파원>도쿄=박영기>
▷러시아◁
러시아는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방식으로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등 주변 4강국이 참여하는 「2+4」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가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던 94년이후 일관되게 이같은 방식의 국제포럼 개최를 주장해온 러시아는 북한의 정전협정파기 움직임이 국제사회의 핫이슈로 떠오르자 다시 이 제안을 들고 나왔다.
자국을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한 당사자로 꼽고 있는 러시아는 따라서 한반도 4자 회담 구상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주도하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기구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서 제외당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 러시아는 이번에도 이같은 전철이 되풀이될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현재 「과거 발언권 되찾기」와 「북한 끌어안기」라는 큰 흐름으로 대한반도 정책을 변화시켜가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측은 최근 북한과의 접촉을 재개하면서 이같은 접촉을 북한과의 선린관계 회복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남북한 「등거리외교」로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회복하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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