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잦은 4평 금고에 허술하게 보관/“실명전환 대가성 없어 사법처리 제외”전두환 전 대통령이 61억원의 비자금을 모두 1만원짜리로 현금화해 사과상자 25개 분량으로 보관해왔다는데 재계 및 금융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간부는 『은행 본점이 평소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10억∼20억원대에 불과하다』며 『61억원의 거금이 현금으로 보관돼 있던 쌍용양회 경리부는 「국내 최대 은행」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전씨가 쌍용그룹 12개 협력사를 통해 93년 12월부터 3개월사이에 채권을 현금화할 당시 시내 금융기관에는 1만원권 현찰구하기 비상이 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이 쌍용양회 경리부에서 이 돈을 찾아내 은행직원을 동원, 계수기로 액수를 세고 검산까지 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고 한다. 검찰은 이 돈을 서초동의 한 은행에 옮긴뒤 만약의 사태에 대비, 이 은행 주변에 경찰병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1만원권 61만장을 서류뭉치와 함께 사과상자에 담아 금고 한쪽편에 쌓아놓은 것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
전씨의 현금이 보관됐던 서울 중구 저동 쌍용 본사 사옥 3층 경리부 금고는 4평규모로 사람들이 빈번하게 오가는 사무실 입구에 있다. 외부는 은행 대형금고처럼 육중한 철문이지만 내부는 선반위에 서류뭉치가 놓여있는 전형적인 경리금고에 지나지 않는다. 거액의 현찰은 이 금고 한쪽편에 다른 서류뭉치와 함께 사과상자에 담겨 쌓여있었다. 따라서 금고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열고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허허실실 전략」이었던 셈이다.
검찰이 1월24일 쌍용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 전씨의 현찰을 확인하고도 왜 지금까지 공표하지 않았으며 후속절차를 밟지 않았을까라는데 대해서도 구구한 억측을 낳고있다.
검찰은 3개월반이 지난 15일 전씨 비자금사건에 대한 2차공판에서 보충신문의 형태로 이같은 사실을 처음으로 공표했다.
검찰은 『김전회장이 변칙실명전환에 개입했으나 대가로 금품을 챙기거나 회사 자금등으로 활용하지 않은 점을 고려,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김상철·이태희 기자>김상철·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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