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경조사·생활비 등 챙기며 천여명 관리/백담사서 6공측 해외망명 「레만호계획」 들어15일 열린 전두환 전대통령 비자금사건 2차공판에서 전씨가 쌍용그룹을 「현금창구」로 이용, 1만원권 현찰 61억여원을 보관해온 사실 등 전씨의 새로운 비자금 관리 백태와 조성방식 등이 밝혀졌다. 또 이른바 「레만호 계획」으로 알려진 6공의 전씨 망명추진과 6·29선언의 진상 등 베일속에 가려졌던 사실들도 검찰의 보충신문과 전씨의 입을 통해 일부 드러났다.
전씨 비자금 사건이 막바지에 접어든 1월24일 서울 중구 저동 쌍용양회공업(주) 경리부 지하창고를 덮친 검찰수사관들은 아연실색했다. 창고에 쌓인 사과박스 25개에 1만원권 지폐 61만여장이 빼곡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현금이 필요할 때마다 비서관을 시켜 한번에 10억∼40억원씩 사과박스를 날라다 써왔다. 그러나 구속이 된 후 처리가 곤란해지자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 검찰은 막대한 현금을 압수할 수 없어 인근 은행에 이 돈을 예치한 뒤 통장을 압수했다. 검찰조사 결과 쌍용측은 무보수로 「금고」를 대여해주었다.
전씨는 또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채권을 매입할 때 세금이 면제되는 「경호실」,「경호실 재무관」등 국가기관의 사업자등록번호를 사용해 「재테크」를 최대한 활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씨가 이같은 편법 재테크를 통해 불린 이자만도 무려 7백억원.
검찰조사 결과 전씨는 퇴임 후에도 친인척에게 「통 큰 전직대통령」이었다. 전씨가 명절과 경조사를 챙기며 관리해온 친인척은 대략 1천여명선. 전씨는 형 기환씨에게 지금까지 연간 1천5백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해 주었고 2명의 이모에게도 아파트 구입비와 매월 생활비로 3백만원을 주었다. 한 안사돈에게는 23억원어치의 채권을 건네 주었다.
한편 설로만 떠돌던 6공의 전씨 해외망명추진(레만호계획)도 이날 전씨의 진술을 통해 주장됐다. 전씨는 『백담사유배 직후 상공에 헬기가 선회하는 것을 보고 생명에 위협을 느끼던 중 백담사를 찾아온 6공관계자에게서 레만호계획에 대한 말을 들었다』며 『그러나 신변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데다 해외비밀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것 같아 완강히 버텼다』고 진술했다.
전씨는 『정치적 압박을 모면하기 위해 5공세력을 부활할 수 밖에 없었다』며 5공신당을 추진한 속마음의 일단을 법정에서 털어놨다.
전씨는 또 『대통령직선제를 수용한 6·29는 내 작품』이라고 주장해 「6·29주체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전씨는 『87년 당시 직선제 개헌에 대한 국민여망이 들끓어 이를 수용하는 것만이 정국돌파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판단, 당시 민정당과 노태우대표에게 통보했다』며 『그러나 노씨와 민정당측에서 심한 반발이 있어 대선자금 지원을 약속했으며, 선거승리에 필요하다면 나와 5공을 매도하고 짓밟으라고까지 말했고 실제 그들은 그렇게 했다』 고 진술했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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