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페레스와 평화협상겨냥 소극적 대응/미선 공습 묵인속 회교과격파 테러중단 촉구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한 아랍내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당사자인 레바논의 요청에 따라 유엔 안보리가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하며 아랍연맹은 17일 긴급 외무장관회담을 열어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공허할 따름이다. 냉엄한 현실정치 상황에 비춰 볼 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우선 레바논이 국제무대에서 차지하는 독특한 위상문제이다. 91년 회교 시아·수니파와 기독교 마론파 등 분쟁 당사자간 극적인 평화협정으로 16년을 끌어온 내전은 종식됐지만 각자 외세를 업은 파벌간의 위태로운 연정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평화유지명목으로 병력을 주둔시켜온 시리아와 레바논 기독교민병대와 연계해 82년 침공시 남부지역을 점령, 안전지대를 설치해놓은 이스라엘은 레바논 정국의 고삐를 쥔 양대 변수이다.
친서방 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이란 등도 각각 주도권을 노리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헤즈볼라(신의 당)는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아래 베카계곡과 남부 레바논내에서 반외세·이스라엘 투쟁을 벌이고 있는 시아파 무장조직이다.
레바논의 후견국을 자임해온 시리아이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선택의 폭은 좁다. 만약 5월 이스라엘 총선에서 리쿠드당의 벤야민 네탄야후 당수가 총리에 선출된다면 골란고원 반환은 물론 국제적 고립을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인 중동 평화협상은 물건너 가고 만다. 아사드 시리아대통령에게는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총리가 「차악의 선택」인 셈이다. 시리아가 이스라엘측의 공세가 시작되자 『유권자 표를 노린 페레스가 중동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평화협상의 길은 아직 열려있다』고 토를 단 것은 이같은 배경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총선에 대비한 페레스의 「계산된 위기」로 파악하고 있는 시리아가 적극 대응에 나설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의 태도다. 미국은 헤즈볼라에 대이스라엘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사실상 묵인했다. 83년 베이루트주둔 미해병대원 241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했던 헤즈볼라에 대해 구원이 깊은 미국은 헤즈볼라·하마스·지하드 등 회교과격파의 테러를 중동평화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지목, 이스라엘의 반테러노력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결국 지난달 13일 미국주도의 이집트 반테러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아랍국들로서는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는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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