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각/한반도 문제 한국주도 인정 바탕/북·일 수교협상에도 영향 미칠듯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16일의 정상회담에서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제주선언」은 앞으로 정전협정 무력화기도를 중심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에 한미 양국이 공동대응해 나가는 원칙을 일단 천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선언에서는 한반도의 평화문제와 미북간의 대화를 분리하기로 함에 따라 우리 정부가 사실상 미북간의 공식대화를 용인했다는 측면도 있다.
그동안 대북문제, 특히 미북간의 수교교섭등을 둘러싼 한미 양국의 입장이 민감한 차이를 보여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선언은 한반도문제에 있어서 우리의 주도권을 인정받는 대신 미국측의 대북접근을 인정하는 것으로 양국간에 의견조율이 됐다고 풀이할 수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도 이와 관련, 『북한이 미북수교교섭, 미사일회담등 미국과 직접 대화를 갖도록 하되 이 대화를 통해 한국을 배제시킨 가운데 평화협정문제를 돌파할 수 있다는 오판을 하는 상황을 막아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정부의 이같은 입장정리는 자연히 미북간의 대화를 활발히 하는 한편 주변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북수교를 위한 물밑대화를 진행중인 일본도 대화의 속도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이 한반도의 평화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주도적 입장과 당사자 해결원칙을 존중한다는 점은 분명히 하겠지만 일북간의 수교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반도 긴장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응은 일단 단기적으로는 우발적 충돌 억제와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의 개방 및 남북대화 유도에 모아지고 있다.
그리고 다음은 북한의 개방과 남북대화 유도를 위한 구체적 조치의 수순을 정리하는 것이다.
우리측은 북한의 개방과 대화를 유도한다는 이른바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에도 불구하고 대북 유화조치에 앞서 북한이 정전체제로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측은 최근 윈스턴 로드국무부차관보가 「새로운 대북해법」을 암시하는 등 대북유화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미북관계개선을 원하는 여론과 맞물려 있다.
그러나 양국은 이같은 미묘한 입장차이가 자칫 남북문제에 대한 북한의 오판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공동인식아래 제주선언을 통해 한국을 배제한 한반도문제해결은 있을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양국정상이 이같은 바탕위에서 북한을 개방으로 끌어내기 위한 경협확대조치 등 일련의 대북조치에 대한 원칙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
한편 양국정상은 17일 미일정상회담에서 발표될 미일신안보공동선언을 포함한 미국의 신동아시아안보전략에 대해서도 논의를 할것으로 보인다. 미일안보공동선언의 골자는 미일안보 개념이 이전의 「일본 유사시」에서 「극동 유사시」의 집단안보체제 구축으로 요약된다. 우리의 주요 관심사는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이 이 지역 전반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측은 정상회담에서 미일신안보공동선언에 따라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미국측에 전달할 방침이다.<장인철 기자>장인철>
◎미국시각/“북 개방유도” 한국이해 기대/“양국관계 긴밀” 내외에과시 북 오판 방지/남북대화 등 적극적인 대북정책 촉구도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빠듯한 일정으로 짜여진 해외 나들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백악관 출입기자들과의 사적인 환담도중 『올 가을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면 느긋한 일정으로 여러나라들을 돌아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번에도 러시아와 일본만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중에서도 러시아 방문이 주목적이다. 여기에 지난 연말 의회와의 균형예산 투쟁 때문에 취소했던 일본방문이 추가됐고 막판에는 한국방문까지 끼어들어 바쁜 스케줄로 바뀌었다.
그렇다해도 이들 세나라는 모두 클린턴행정부가 나름대로 외교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자평하는 나라들이다. 러시아의 민주개혁, 일본의 시장개방, 한미협력을 통한 북한 핵동결 등이 자랑하는 성적표이다.
클린턴대통령의 이번 한국 일본 러시아 순방은 무엇보다도 안보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측 입장에서는 한미 정상회담도 이같은 큰 틀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클린턴은 이번 제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략 2가지로 자신의 대한반도 정책을 재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그는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북한측에 전달하려 할 것이다. 이같은 메시지는 그가 당초 일정에도 없었던 방한을 결심한 사실 자체에 이미 담겨져 있기는 하다. 하지만 클린턴은 북한에 대해 정전협정은 물론 94년의 제네바 핵합의 등 기존의 협정준수를 재차 촉구하는 한편 남북대화를 통한 상호 신뢰구축작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클린턴은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국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을 역설할 것이다. 클린턴행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북대화를 위한 한국측의 이니셔티브를 지원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혀왔다. 미국은 이번에 특히 4·11 총선 결과로 여유를 갖게 된 한국정부가 좀 더 전진적인 대북정책을 펼쳐주기를 기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클린턴행정부는 이와함께 대북 경제제재조치 추가완화및 테러국 지정 해제문제 등 나름대로의 대북한 개방유도 프로그램에 관해 한국측의 이해를 구하려 할 것이다.
북·미 미사일협상과 6·25참전 미군유해 반환협상 개최문제에 대해서도 한국과의 공동대응을 모색할 전망이다. 이 두가지 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는 올 가을 재선을 노리는 클린턴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업적을 보탤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한국정부의 측면지원이 요청된다.
제주 방문을 비롯한 클린턴의 이번 해외여행 일정은 비록 빠듯하기는 하지만 그의 재선을 위한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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