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제국붕괴이후 한국이 범한 명백한 실수는 북한이 곧 무너질 것으로 본 것이었다. 어떤 전외무장관은『북한이 가면 얼마나 가겠어요, 2∼3년이면 망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는가 하면 정부는 북한이 망하는 경우를 대비한 비상계획을 세우고 밀려올 피난민을 막기위해 휴전선을 봉쇄하는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최근 일련의 탈북자가 발생했을때 이런 이론은 다시 활기를 띠웠다. 폐교된 시골국민학교를 북한피난민 수용소로 이용한다는 정부안도 보도됐었다.서대숙 교수(하와이대)같은 일부전문가들은 북한의 권력구조상 쉽게 망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일찍부터 폈으나 이런 주장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북한이 곧 망할 것이라는 이 잘못된 가설은 그동안 대북전략에서 많은 국내외적 혼란을 갖다 줬다.
국내적으로는 첫째 군방위력 증강을 게을리하게 됐고 둘째 반공관계법을 느슨하게 해 북한선전이 곧바로 대학가에 직행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외적으로도 북한붕괴만 기다리는 소극적인 대북외교를 벌여 한국외교가 주관이 없고 혼란스럽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 북한은 남한에 대해 공공연히 전쟁위협을 하고 있다. 망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위하는 정도가 아니고 남한을 「까부수기 위한」 전쟁을 하겠다고 호언한다. 군사최고책임자의 한사람인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광진이 『이제와서 조선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겠는가 말겠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점이 언제인가 하는데 있다』(3월29일)고 말한데 이어 최고인민회의 의장 양형섭은 『그 시점이 문제일뿐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게 됐다』(4월4일)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김일성대학을 비롯한 전국학교, 공장등에서 전쟁이 난다는 가정아래 「군입대 탄원대회」및 「전쟁결의」대회를 연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인사는 정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기간에 북괴군 150명내지 250명이 박격포등의 중무장을 한채 판문점공동경비구역을 3차례나 침입한 것은 단순한 무력시위이기 보다는 전쟁의 시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전쟁위협은 장기적으로 볼때 기회있을때 마다 상대방의 허를 찔러보는 공산주의 공격행위의 일환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상대방의 변화를 포착하면 언제나 기습공격을 해 허실을 탐지하는데 이때 허가 깊게 들어나면 그대로 공격을 한다.월남전에서 보면 한국군 부대장이 교체되는 전야에는 거의 반드시 적의 공격을 받았다. 처음에는 이 공격으로 한국군이 피해를 많이 봤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북의 전쟁위협은 두가지를 노리는 것이다. 첫째는 한국이 전쟁을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 입을 열어 미국에게 북한과 평화조약을 체결하라고 말하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는 전쟁위협으로 한국정부를 흔들어 남한의 북한동조조직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두개의 단기목적중 하나라도 무력위협으로 달성되기만 하면 북한은 남한파괴라는 장기전략이 일단 성공길에 들어섰다고 볼 것이다. 귀순용사 최주활씨(인민군상좌)가 말하는 것 처럼 북은 「남한군대를 안중에도 안둘 정도로」 무시하고 있다.미군이 철수하거나 미북한 평화협정을 맺어 미국을 북한편에 끌어들이기만 하면 남한은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미 상당히 흐릿해져 있는 한국의 반공관계법을 더 약화시킨후 반정부세력을 대규모동조세력으로 조직하면 역시 남한을 무너뜨리는 것은 손바닥을 뒤엎는 일처럼 쉬운 것으로 본다.
선거기간에 3번이나 판문점 무력시위를 하면서 한국의 허를 찔렀을때 군과 국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냉정하게 사태를 주시하면서 선거를 치렀다. 새로 들어서는 15대국회와 정부의 할일만 남았다. 북의 공격력을 흡수할 수 있는 대응무기체제를 갖춰가는 한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등과의 외교노력을 통해 북한공격력에 좀약을 친후 창고에 포장해 들여놓게하는 모드볼(Mothball)화에 사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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