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여판사서 젊은정치가로 화려한 변신용모는 깔끔하고 부드럽지만 내면에는 강인한 야성과 반짝이는 재능을 갖춘 30대 전직여판사 추미애씨(38)가 개표결과 서울 광진을 선거구에서 당선이 확정됐다.
10년 6개월간의 법관생활을 떠나 지난해 9월 국민회의에 입당, 야당사상 첫 여성부대변인이 된 추씨는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당선여부에 관심의 초점이 돼왔다. 그는 아무 연고없는 광진 을에 출마해 언론인 출신의 김충근씨(신한국)와 현역 의원인 박석무씨(민주) 등과 겨뤘다. 추씨는 유세장에서 자신이 「세탁소집의 둘째딸」임을 스스럼없이 밝혔다.
추씨는 선거운동기간에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사양했다. 하지만 능력을 갖춘 젊은 여성정치인이 드문 현실에서 그에 쏠린 관심은 당연했다. 그는 판사 재직시절 소신있는 판결로 많은 일화를 남겼다.
58년 대구에서 세탁소를 하던 추연우씨(63)의 2녀 2남중 둘째딸로 태어난 추씨는 한양대법대를 나와 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춘천지법, 인천지법, 전주지법을 두루 거치며 추씨는 부드러운 용모와는 달리 깐깐한 일처리로 명성을 얻었다. 초년판사시절인 85년 검찰의 이념서적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는 등 각종 시국사건재판에서 유감없이 소신을 발휘했다.
87년 시위학생의 재판을 방청하는 정보과 형사를 『즉결심판은 방청이 허용되지 않으니 당장 나가라』고 호통을 쳐 쫓아낸 에피소드는 법조계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추씨의 담백한 성격은 선거운동기간에 선거법을 철저하게 준수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깨끗한 정치」를 구호로 정한 추씨는 법정선거운동비 외에는 단 한 푼의 지출없이 선거운동을 치러내 선거운동원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불의앞에 당당한 추씨지만 남편 서성환씨(41·변호사)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아내이자, 2녀 1남에게는 따뜻한 어머니이다. 7년여의 열애 끝에 결혼한 남편 서씨와는 한양대법대 동기동창. 고교3년때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서씨가 청혼을 망설이자 서씨의 인간적 깊이에 끌려있던 추씨가 『도대체 마음이 있는 것이냐』고 먼저 프로포즈, 결혼에 이르게 됐다.
추씨는 당선 소감을 묻자 『법률전문가로서의 경험을 살려 정직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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