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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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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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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시대엔 정부의 요직인 재무관 호민관 집정관 등은 선거로 뽑았다. 입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눈을 끌기 위해 저마다 하얀 옷을 입고 지방까지 순회하며 선거운동을 했다. 흰 옷을 입은 것은 눈에 잘 띄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흰색처럼 깨끗하고 솔직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는 깊은 뜻이 숨어 있었다. ◆선거 때가 되면 입후보자들은 자신의 옷이 남보다 하얗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온갖 궁리를 다했다. 일부 후보자들은 조가비를 태워서 만든 희고 부드러운 가루인 호분(호분)을 물감으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이 당시 선거는 바로 「하얀 이미지」의 싸움이었다. ◆라틴어로 하얀, 흰을 뜻하는 말은 「CANDIDUS」다. 이 때문에 로마시대엔 입후보자를 흰옷 입은 사람이란 뜻인 「CANDIDATUS」라고 불렀다. 이것이 영어의 후보자란 뜻인 「CANDIDATE」로 이어졌는데, 솔직하고 깨끗하다는 숨은 뜻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15대 국회의원 선거운동도 오늘로 막을 내린다. 저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깨끗한 일꾼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덤덤하기만 하다. 선거운동을 아무리 해도 유권자들의 반응이 전례없이 냉담하다는 것이 후보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러다 보니 선거운동은 혼탁해지고만 있다. 「하얀 이미지」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노력보다는 돈과 비방과 흑색선전 및 폭로 등으로 이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CANDIDATE」란 말이 지니고 있는 뜻을 곰곰이 되씹어 정확히 심판해야 한다. 우리는 백의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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