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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회초리(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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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회초리(장명수 칼럼)

입력
1996.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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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신입생 학부모들에게 손수 만든 회초리를 선물했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 금강초등학교 정생근 교장선생님은 200여명의 학부모들에게 회초리를 주면서 『아이들을 강인하고 예절바르게 키워달라. 회초리를 들때는 정좌하여 자세를 가다듬고 아이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지적한후 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신문에서 그 기사를 읽으며 어렸을때 생각이 났다. 그 시절 아이들이 있는 집에는 대개 회초리가 있었고, 치마나 바지를 자기손으로 들어올린채 회초리맞는 아이들 모습을 흔히 볼수 있었다. 종아리에 회초리 자국이 가실 날이 없는 개구쟁이들도 있었다.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회초리를 만들어 오라』고 시키기도 했는데, 미리 울면서 나뭇가지를 잘라 자기가 맞을 회초리를 만들던 동네 아이들 생각을 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벽에 늘 회초리가 걸려있는 집도 있었고, 그 회초리는 말없이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생각된다. 회초리를 든 부모의 자세는 단정했으며, 마구 때리는 매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회초리를 드느냐 안드느냐는 것은 그 부모의 선택이며, 어느쪽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회초리 없이 아이들을 예절바르게 잘 키우는 사람도 있고, 회초리를 자주 들건만 아이가 버릇없기로 유명한 경우도 있으니, 회초리의 효능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의 회초리 선물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요즘 부모들이 좀 더 엄하게 자녀를 키워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를 야단치면 기가 죽는다고 생각하는 젊은 부모들이 기를 잔뜩 살려서 키운 버릇없는 아이들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있기 때문에 회초리 선물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젊은 부모들의 자녀교육 태도는 같은 가족들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다. 『손자손녀란 눈에 넣어도 안 아플만큼 귀여운 존재지만, 아들 며느리가 통 야단을 치지않아서 아이들이 너무 버릇없는 것이 걱정이다. 내가 야단치는 것조차 싫어하니 가정교육이 정말 엉망이다』라고 말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다.

그 교장선생님에게는 전국각지에서 회초리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는데, 회초리 선물에 숨어있는 요즘 부모들에 대한 따끔한 질책을 마음에 새긴다면 「사랑의 회초리」는 누구나 만들수 있을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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