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귀에 제목이 친숙한 오페라들은 문학작품을 각색한 경우가 많으며 오페라 원작으로 사용된 문학작품을 관객이 미리 알고 있을 때 오페라의 이해가 빠른 것은 물론이다. 예컨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대사들이 그렇게 빠르게 진행되어도 관객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오페라가 나올 당시의 관객들이 대부분 이미 보마르셰의 원작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들도 대개는 당시의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했다.그러나 오페라는 문학작품과 다른 독자적인 감상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원작에 대한 지식이 오페라 감상의 직접적 기준이 될 때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쉴러의 희곡 「돈 카를로스」는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스」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만 필수적 조건은 아니다. 이처럼 원작이 결코 오페라의 평가 기준이어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무소르크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이해하는데 하르트만의 그림을 꼭 알아야만 할 필요는 전혀 없으나 반면에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을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는 그림을 감상하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감상하는 공연예술은 관객 각자가 다 다른 배경을 지니고 있어도 감상하는데 지장이 없어야 한다. 사전지식이 있는 관객만이 관람 「자격」을 얻게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한편 관객의 지적 노력이 계속 이어질 때 작품의 이해가 깊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돕는 사람이 바로 해설자이다.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취약한 데가 이 분야이며 소위 공부했다는 사람들이 아무리 모진 질책을 받아도 충분치 않은 분야가 이것이다. 공연 자체보다 몇 배의 양으로 제시되어야 할 해설서, 강연, 번역, 방송 등에 지금까지처럼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가는 관객의 욕구를 도저히 채울 수 없게 된다.
해설자의 진정한 의무는 관객이 어렵게만 느껴온 것이 실은 모두의 소유물이며 그곳에 얼마든지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일이다.
관객을 무조건 「편하게」 해준답시고 음악회에 필요도 없는 진행자를 설정하고 『음악은 참으로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따위의 헛소리를 늘어놓아봤자 음악이 이해되는 것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조성진 예술의전당 예술감독>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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