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검은대륙 아주 “올해는 선거의 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검은대륙 아주 “올해는 선거의 해”

입력
1996.04.10 00:00
0 0

◎살육과 혼돈의 땅에 서구식 민주주의 뿌리 내릴까/시에라리온 등 절반 가까운 18개국 대선·총선 치러/군부 노골적 간섭·종족간 반목등 곳곳서 적신호도그간 살육과 혼돈의 대명사로 알려져온 아프리카 대륙이 조금씩이나마 질서의 땅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초보단계에 불과하지만 각종 선거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화의 몸짓을 흉내내려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프리카의 18국이 올해 총선 및 대선을 치른다는 것은 이 지역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 총선을 하루 앞두고 선거를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의 오늘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검은 대륙에서도 서구식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을까. 「선거의 해」를 맞은 아프리카에 우려반 기대반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아프리카는 절반에 가까운 18개국이 대선과 총선을 치렀거나 치를 예정이다.

시에라리온과 베넹, 코모로, 짐바브웨등은 이미 지난달 중순께까지 대선과 다당제 총선을 실시했다. 잠비아 차드 라이베리아 감비아 가나 케냐등도 비록 모두 다당제의 모양세를 갖추지는 않았지만 곧 선거전에 돌입하게 된다.

이들 국가의 대부분은 90년대초 민주혁명을 통해 전통적 정치구조를 변혁했다. 따라서 이번 대규모 선거는 아프리카에 다당제등 서구식 민주체제의 이식 가능성에 대한 또다른 시험대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시에라리온과 베넹의 선거과정은 높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기대가 성급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시에라리온에서는 92년 쿠데타로 집권, 막후통치를 해오고 있는 군부세력이 노골적으로 선거를 방해해 수십명이 죽는 유혈참사를 빚었다. 3월15일 열렸던 결선투표에서 아마드 테잔 카바흐가 비군부인사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그가 어느 정도 통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군부의 노골적 간섭과 반군의 선거무효화 선언, 종족간 극심한 반목을 극복하고 「세계 최빈국」이란 오명을 씻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68명을 뽑는 총선에서도 난맥상은 마찬가지 였다. 13개 종족이 제각기 정당을 결성해 후보자를 냈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10대 1 이상의 경쟁을 보인 곳도 있었으며 낙선자는 선거를 무조건 부정으로 몰아붙여 혼란의 극치를 보였다.

앞으로 선거가 치러질 국가들도 서구식 취향에 익숙한 사람들을 만족시킬 것 같지는 않다. 시에라리온 뿐 아니라 니제르와 기아나에서도 지난 1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정치일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우간다와 에티오피아등에서는 90년대 초 민주적 선거를 통해 집권한 정권이 더이상 「정상적인」민주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민주화를 집권도구로 사용했지만 계속 발전시킬 의도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정치적 고민은 이같은 집권자들을 단순히 시대에 역행하는 독재자들로 규정할 수만은 없다는 데 있다. 사하라사막 이남에서 경제성장과 법치에 진전을 이루고 있는 국가들이 결코 서구식 민주화를 추진하는 곳이 아니라는 역설적인 현상이 이를 말해준다.

한때 빈곤과 기아의 상징이었던 에티오피아가 좋은 예다. 에티오피아는 멜레스 제나위의 통치아래 올해 6%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나위는 다당제를 폐지하지는 않았지만 정당의 난립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는 종족을 대표하는 정당만 인정하는 독특한 체제를 고집하고 있다. 종족간 타협을 기초로 안정을 이루자는 계산에서다.

아프리카에서 빚어지고 있는 최근의 정치적 경험은 민주화가 경제발전이나 안정과 항상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히려 「안정 제일주의」와 이를 통한 외자유치를 외치는 집권세력의 구호가 힘을 얻고 있다. 만델라 집권후 점차 민주적 원칙을 세워가고 있는 남아공은 「특별한 예외」에 속한다.

이에 따라 경제원조의 조건으로 「민주적 원칙」과 「실용주의」사이에서 고민하던 서방의 부담도 상당히 가벼워졌다. 아프리카에 대한 최대의 원조국인 프랑스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 취임후 서구식 취향보다는 사회안정에 지원의 우선순위를 두기로 방향을 선회했다.<배연해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