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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어긋난 선거운동(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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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어긋난 선거운동(사설)

입력
1996.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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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대 국회의원을 뽑기 위한 기나긴 선거운동이 10일 마감된다. 법정 선거운동 기간만을 떼어서 생각하면 보름밖에 안되지만 그 전부터 착수된 준비기간을 포함하면 실로 머나먼 길을 오랫동안 달려온 셈이다.개인의 사정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어떤 후보는 몇년동안 준비를 하면서 운동을 해온 반면 선거공고후부터 뛰어든 후보들도 있다. 이들 모두가 이제는 지금까지의 운동을 총결산하면서 유권자의 최후 심판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번 선거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이라는 새로운 통합선거법이 적용된 두번째의 전국규모 선거지만 총선거로는 처음이다. 그래서 깨끗하고 돈 덜 드는 선거가 과연 성공 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졌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과연 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이 이뤄지느냐는 것이 주목의 대상이었다.

그동안의 선거운동을 모두 결산하는 지금 이 마당에서 우리는 어떻게 종합평가를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감스럽게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과거 선거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나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얘기가 지배적이다.

선거하면 돈부터 연상되는 종래의 사고방식부터 변하지 않았다. 선거법에는 엄격한 처벌규정을 두어 돈을 쓰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는 사문화(사문화)되다시피 무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법규정을 만든 정당과 정치인들부터가 그 법을 지키지 않았다. 법정비용의 몇배를 공공연히 지원하는 사례는 큰 정당일수록 더했다.

후보들도 개인의 권력과 재력에 비례해서 많은 돈을 쓰는 걸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게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과거에 비해 나라의 경제규모가 워낙 커졌기 때문인지 선거기간중 통화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보도도 잠깐 있었지만 이번 선거 역시 돈선거였다는 대체적인 평가에 후보들 스스로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선거 유세장을 둘러보면 과거에 비해 청중의 규모가 줄어든만큼 동원부대가 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박수와 연호를 위한 일당부대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무질서와 폭력이 난무하던 과거의 유세장에 비하면 공중 도덕의 향상에 따라 다소 질서가 잡힌 셈이다. 그러나 합동연설회와 정당연설회의 규모가 작아지고 개인 가두연설 등이 시선을 끌지 못한 것은 그만큼 정치적 무관심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막판에 가서 정당끼리 후보끼리 서로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으르렁대는 모습을 보인 것도 과거의 재판이어서 국민의 빈축을 샀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도 선거풍토는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는 반성해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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