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조정·기획력 갈수록 약화/부처간 조율 등 「처방전」 안먹혀들어/“우수인력 살릴 메리트제 필요” 지적『이대로 가다간 정책조정 및 기획 기능은 사라지고 집행능력만 남을 것이다』 재정경제원의 앞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4년말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통합되어 출범한 재경원은 예산 금융 세제 등 경제 3권을 거머쥔 슈퍼부처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발족후 1년3개월이 지나는 동안 어느 정도 자리매김에는 성공했지만 처음부터 제기됐던 정책조정 및 기획기능의 약화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등은 그런대로 파악하고 있지만 실제 치료에 들어가면 처방전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정책조정은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는 것으로 통합전에는 주로 기획원의 몫이었다. 부처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르고 대변하는 이익집단의 성격이 틀리다 보니 정책에 대해 견해도 달라 서로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부총리 부처로서 기획원이 이를 조정했고 그 과정에서 특정부처의 독주가 어렵게 됐다.
기획은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를 따져보는 작업이다. 슈퍼부처인 재경원이 이같은 조정과 기획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작고도 효율적인」 정부를 내세워 통합을 할 때에는 내부적으로 조정이 더 잘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차분히 앉아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을 이야기하고 청사진을 떠보는 것은 금융 세제등의 움직임에 비해 「한가한」 작업으로 보이고,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나웅배부총리겸 재경원장관도 이점을 인식, 최근의 확대간부회에서 『정책조정기능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같은 지시는 공식적인 경우만 해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경원은 95년 4월1일 출범 100일을 맞아 이를 공개선언했고 홍재형전부총리도 기회만 있으면 이를 강조했다. 그래서 간부회의때 경제정책국이 가장 먼저 보고토록 했고 주요정책에 대해서는 경제정책국과 사전 조정토록 하는 한편 인사상 우대하겠다고 했지만 별로 달라지지는 않았다.
재경원은 이번에도 매주 예산 금융 세제실장 등 1급들이 참석하는 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간사인 경제정책국장이 제기한 이슈를 중점 논의키로 했고 다른 부처들과의 정책조정 창구를 경제정책국으로 단일화했다.
그러나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상황이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의 기획조정실을 생각해 보면 왜 경제정책국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간부는 말했다. 메리트가 없는데 우수한 인력이 몰리겠느냐는 것이다. 재경원은 공룡이 왜 멸망했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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