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액배합·품질검사 최고의 술 창조 선봉/해외유학 거쳐 국제양조협 회원 권위도두산씨그램 품질검사팀 이종기 차장(43)은 술냄새와 향을 기가 막히게 구별하는 「마스터 블렌더」다. 우리말로는 적당한 명칭이 없지만 의미를 풀어보자면 원액을 적정한 비율로 배합, 맛과 향을 새롭게 창조해 완제품의 술을 만들어내는 「술 배합사」또는 「술맛 감정사」정도다. 따라서 그는 술 제조회사인 두산씨그램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다.
이차장은 94년 국내 프리미엄급(숙성연도 12년이상)위스키시장이 커진데다 경쟁사가 우위를 점하자 회사로부터 특명을 받았다. 프리미엄급 위스키시장을 석권할 「신병기」를 제조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회사가 만들어내는 술맛과 향을 검사하는 품질검사팀 직원 5명과 함께 비밀리에 신병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매일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원액 냄새를 맡고 맛보기를 거듭하며 샘플을 개발해댔다. 샘플은 다시 무작위로 추출한 애주가들에게 넘겨져 반응을 체크하는 시장조사를 거쳐 합격품만으로 걸러졌다.
이차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스키를 물이나 얼음을 섞지 않고 주로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습관이 많아 최대한 맛을 부드럽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는 1년6개월여만인 지난 2월 야심작으로 「윈저」라는 신병기를 선보였다. 프리미엄급위스키 전쟁에서 형편없이 밀리던 두산씨그램에 이차장은 신병기를 안겨줘 두산씨그램이 경쟁사에 당당히 선전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준 셈이다.
신병기의 위력이 전세를 어떻게 뒤바꿔 놓을 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나 프리미엄급위스키 전쟁에서 그는 두산씨그램이 내세운 선봉장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이차장은 80년 OB에 입사, 품질관리를 맡으면서 기본적인 술 감정법을 터득했다. 그뒤 체계적인 학습을 위해 91년 위스키의 본 고장인 스코틀랜드의 헤리옷와트 공대에 유학, 2년만에 양조및 증류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세계 주류학계와 업계로부터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양조협회(IOB) 정회원자격도 갖고 있다.<이진동 기자>이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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