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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찰,밀입국 멕시코인 무자비한구타/「제2로드니킹사건」비화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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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찰,밀입국 멕시코인 무자비한구타/「제2로드니킹사건」비화조짐

입력
1996.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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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장면 TV중계… LA히스패닉계 거센 항의/클린턴,우려 표명 등 연방정부 사건진화 나서미국경찰이 밀입국하려던 멕시코인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한 사건이 1일 발생,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연방정부는 즉각 사건진화에 나섰으나 멕시코계의 항의가 빗발치며 「제2의 로드니킹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드니킹사건은 91년 LA에서 과속운전하다 도주하던 흑인을 백인경찰이 무차별 구타한 장면이 비디오로 촬영돼 TV에 나간후 흑인의 불만이 이듬해 LA폭동으로 비화했고 경찰국장까지 사임하는 등 미전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태였다.

이번 사건도 당시의 정황과 비교해 볼 때 거의 「복사판」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은 멕시코 불법이민자 21명을 태운 픽업트럭이 1일 국경도시인 샌디에이고 고속도로 국경검문소에서 내빼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시속 160㎞로 질주하는 픽업과 백주대로에서 추격전을 벌였고 LA부근서 트럭이 급정거하는 순간 남녀 2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도로변 숲속으로 도주했다.

경찰은 체포한 플로레스 마르티네즈(26)를 곤봉으로 6차례에 걸쳐 무참히 두들겨 팼고 레티시아 곤잘레스(32·여)도 머리채가 낚아채진채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졌으며 두차례 곤봉세례를 받았다. 경찰들의 무차별 폭행장면은 헬기를 동원해 기동취재에 나선 한 지방TV 방송팀에 의해 시청자들에게 생중계됐다.

곤잘레스는 경찰서에서 풀려난 뒤에도 『맞는 순간 죽는 줄 알았다』며 두려움에 떠는 표정이었다. 변호사는 『얼굴과 등 팔다리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으며 너무나 충격을 받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시청자들의 항의전화가 쇄도했고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대선을 앞둔 빌 클린턴 대통령도 우려를 표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구타당사자인 경찰 2명이 정직처분됐고 미연방수사국(FBI)도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LA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히스패닉계의 항의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일에는 LA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이민민권협회등 인권단체들도 진상조사와 함께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멕시코 정부도 2일 미 국무부에 공식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번 사건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려우나 인종 갈등이상의 사태로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조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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