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현명한 수령은 관아를 여관으로 여겨 마치 이른 아침에 떠나갈 듯이 문서를 깨끗이 해두고 그 행장을 꾸려 두어 항상 가을 새매가 가지에 앉아 있다가 훌쩍 떠나갈 듯이 하고, 한 점 속된 애착도 일찍이 마음에 머무른 적이 없었다」 ◆다산 정약용(다산)선생은 그의 명저 「목민심서」에서 이렇게 공직자의 마음가짐을 경계했다. 벼슬이란 자고 나면 길을 떠나는 여관처럼 여겨야만 욕을 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독교의 부활절과 보건의 날, 신문의 날이 겹친 7일은 그 다산선생이 75세로 운명한지 꼭 1백6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학계에 다산연구로 일가를 이룬 단국대 대학원 교학처장 김상홍씨가 작년 한해동안 「주간한국」에 연재한 글을 다듬어 최근 「다시 읽는 목민심서」(한국문원 간)라는 제목으로 한 권의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김씨는 「아무리 세월이 변해도 백성은 땅으로 논밭을 삼는데, 관리는 백성으로 논밭을 삼는 잘못된 세상이라면 공직자의 바이블인 목민심서는 계속 읽혀야 한다」고 말한다. ◆폴란드 자유노조의 깃발을 들고 동유럽 민주대혁명을 성공시킨 레흐 바웬사는 대통령 재선에 실패하자 미련없이 정계를 떠났다. 그는 정치판의 흙먼지를 훌훌 털고 그의 고향 그단스크조선소로 돌아가 2일 정계로 들어가기 전의 한 전기공으로 복직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정치판의 영화를 못 잊어 후배 정치인들로부터 온갖 경멸과 수모를 당하면서도 신변을 정리하지 못하고 매달려 있는 우리 정치원로들의 처신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미 자신들의 시대가 아닌데도 무대에 남아 관중의 야유를 받고 있는, 이들의 추한 몰골을 보고 있으면 「백성으로 논밭을 삼는」맛이 과연 달기는 한 모양이라는 한탄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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