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밤11시 서울의 격전지에 출마한 한 유력후보의 사무실. 파김치가 되다시피해 들어온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피곤을 못이기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때마침 TV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방영되고 있었다. 우피 골드버그의 능란한 사회, 수상자들의 가슴벅찬 표정 등 현란한 시상식의 화면은 후보나 운동원들의 시선을 붙들어매기에 충분했다.특히 배우겸 감독인 멜 깁슨이 화제작 「브레이브 하트」로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신세진 사람들을 일일이 거론하자 후보의 눈길에는 선망이 가득했다. 마치 며칠후 당선의 희열을 만끽하며 멜 깁슨처럼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듯 했다.
이런 달콤한 분위기를 깨뜨린 사람은 사무국장. 5번이나 선거를 치른 그는 운동원들에게 『샴페인을 터뜨리려면 화끈하게 치고나가』라고 외쳤다. 그는 상대후보의 여자관계, 축재혐의 등을 전파시키라고 다음날의 구전홍보를 지시했다. 지병으로 누워있는 상대후보의 부인에 대해 『맞아서 돌아다니지 못한다』는 악선전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후보는 『당선되려면 할 수 없어…떨어지면 누가 알아주나』라며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만약 매터도 유언비어를 유포한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어찌될까. 아마도 자신이 주의깊게 지켜본 아카데미 시상식처럼 온갖 화려한 단어를 동원해 승리를 자축할 것이다. 「국가」 「민족」 「민의」라는 말이 그의 연설을 가득채울 법 하다.
그러나 그 후보가 일말의 양심이라도 갖고 있다면 아마 이런 인사를 해야할 것이다. 『상대후보의 추문을 퍼지게한 사무장, 흑색선전을 유포시킨 운동원들, 그리고 이런 헛소문에 현혹된 주민들에게 감사한다』 <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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