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을 들으면 누구나 자연의 아늑한 품을 느낀다. 귓병 끝에 죽음을 결심했던 절망감이 자연의 감화에 힘입어 생명력 넘치는 명곡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여기에는 자연의 섬세한 표정들이 가득하다. 느릿한 현악기는 시냇물을 연상케 하며 나이팅게일, 메추리, 뻐꾸기가 등장하고 마지막 악장에서는 광야에 몰아치는 폭풍 소리가 회화적 상상력을 자극한다.이처럼 명곡 가운데는 새 곤충 동물이 소재가 된 것이 많다.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에서는 늑대(프렌치호른) 작은 새(플루트) 오리(오보에) 고양이(클라리넷)등 여러 동물이 악기로 표현된다. 이 작품은 소리로 듣는 동화의 세계여서 어린이 클래식입문에 적격이다. 생상스의 두 대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동물의 사육제」 역시 사자 코끼리 캥거루 수탉 암탉 백조 물고기 등 구경거리가 넘친다.
하이든의 현악4중주 「종달새」는 창공에 높이 떠 지저귀는 새를 바이올린의 도약하는 음형으로 나타냈고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에서도 생물의 창조를 그리고 있다. 하이든의 천부적 유머감각과 재치를 이들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영국의 근대 작곡가 델리어스의 「봄의 첫 뻐꾸기소리를 듣다」는 한층 예술적으로 승화한 작품이고 자느캥의 「새들의 노래」, 라모의 「새의 소리」와 「암탉」,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봄」악장에서도 새소리같은 음향을 들을 수 있다. 비발디의 플루트협주곡 「홍방울새」는 플루트가 새의 울음소리를 가는 트릴 음형으로 모방하고 있다. 프랑스작곡가 라벨은 「색시닭」과 「공작」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는 「새」를 썼고 1924년에는 「로마의 소나무」라는 관현악곡에서 3악장 종결부를 레코딩할 때 실제로 나이팅게일 소리를 집어넣음으로써 흥미를 더했다.
곤충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바르토크의 「파리의 일기」, 화이트의 관현악곡 「모기」,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무소르그스키의 「벼룩의 노래」, 루셀의 「거미의 향연」도 재미있는 곡이다. 변 훈의 가곡 「쥐」 「명태」도 무소르그스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벼룩과 쥐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인간상을 희화화한 것이다.
작곡가가 새 곤충 동물을 소재로 한 것은 아마도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야 할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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