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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양상에 금권선거 “적색경보”/선관위 집중단속 16곳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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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양상에 금권선거 “적색경보”/선관위 집중단속 16곳 분석

입력
1996.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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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간 자존심 대결 겹쳐 과열/재력가 등 포진 막판 불법소지선관위가 과열 또는 금품살포예상지역으로 분류한 44개 선거구는 대부분 여야가 전략지로 삼고있는 경합지역이다. 이중 암행기동단속반을 투입한 전국 16개선거구는 특히 후보간의 경쟁이 치열해 선거막판 금품살포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지역이다.

서울에서는 종로와 중구 2개지역이 금품살포 우려지역으로 지목됐다. 종로는 이명박(신한국) 이종찬(국민회의) 노무현 후보(민주)가 3파전을 벌이는 대표적 관심지역이다.

중구는 경합지역은 아니지만 서울의 중심지인데다 인근지역에 미칠 영향등을 감안해 신한국당이 신경을 쓰는 선거구이다. 정대철 의원(국민회의)이 앞선 가운데 박성범씨(신한국)가 맹렬히 추격하고 있어 과열현상을 빚고있다.

부산에서도 해운대·기장갑과 영도 등 2곳이 지목됐다. 해운대·기장갑은 신한국당 김환 의원과 이기택 민주당고문이 양당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격전지이다. 또 두 후보의 재력이나 자금동원력도 간단치 않아 집중감시대상지역으로 꼽힌다. 영도는 김형오 의원(신한국)과 김룡원 이영 조평래 후보(이상 무소속)등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혼전지역이다.

대구 남구는 김해석 의원(신한국)과 이정무 전 의원(자민련)이 선두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재력가인 신진욱 전 의원(무소속)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신후보가 3파전형성을 위해 필사적으로 뛰고있어 과열지역으로 꼽힌다.

인천 서구는 조영장 의원(신한국)과 의사인 조철구 후보(국민회의)의 맞대결구도이다. 국민회의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 양진영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대전 동구을은 송천영 의원(신한국)과 이량희 전 정무1차관(자민련)의 대결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자민련 바람에 맞서 송의원측이 전력을 다해 뛰고있다.

경기 부천 소사는 노동운동가출신 김문수씨(신한국)와 박지원 전 의원(국민회의), 재력가인 박규식 의원(자민련)의 3파전지역이다. 박전의원이 앞서고 있으나 다른 후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아 과열양상을 띠고있다. 특히 신한국당 김후보와 국민회의 박후보는 명예훼손혐의 등으로 상호고발전을 펴기도 했다.

강원 춘천을은 이민섭 의원(신한국)과 여당을 탈당한 유종수 의원(자민련)의 맞대결구도이다. 유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를 이의원에게 빼앗기는 바람에 감정싸움까지 빚어지고 있다. 원주갑도 함종한 전 강원지사(신한국)와 한상철 전원주시장(자민련), 원광호 의원(무소속)등이 경합중이다.

충청권에서는 청주상당 1곳이 단속대상에 올랐다.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신한국)와 구천서 전 의원(자민련)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혈투」를 벌이고 있는 이 선거구는 충북의 자민련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신한국당의 전략지역이다.

전남과 전북에선 4개 지역이 단속대상으로 지목됐다. 대부분 호남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신한국당과 확고한 우세를 지키려는 국민회의의 싸움이 치열한 지역이다. 전북의 군산을과 익산갑에서는 각각 강현욱 전 농림수산장관(신한국)과 강철선 의원(국민회의), 조남조 전 전북지사(신한국)와 최재승 의원(국민회의)이 경합중이다. 전남의 나주와 해남·진도에서는 각각 최인기 전 농림수산장관(신한국)과 정호선 경북대교수(국민회의), 정시채 의원(신한국)과 김봉호 의원(국민회의)이 대결구도를 맞고있다.

경북 의성의 경우 우명규 전 서울시장(신한국)과 김화남 전 경찰청장(자민련)이 경합중인 가운데 김동권 의원(무소속)이 추격중이어서 과열가능성이 있다.<정광철 기자>

◎드러난 금품제공 유형·방식/동반책·사조직 통해 점조직 살포/후보자 다녀간후 물품전달 「시간차」 이용/형식적인 비용만 받고 선심관광 모집도

선관위가 특별단속지역으로 지목한 16개 선거구는 모두 각당의 전략지역 또는 판세선도지역이어서 진작부터 은밀한 금품제공 등의 탈법이 우려되던 곳이다. 각당이 「반드시 이겨야하는」 지역으로 꼽은 만큼 물량공세와 사람동원도 당연히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과열지역일수록 후보자간 상호 견제와 감시의 그물망이 촘촘할 수 밖에 없어 탈법수법도 한층 교묘한 양상을 띠고있다. 뒷골목 등에서 돈을 건네는 것은 이미 옛날 이야기다.

이와관련, 선관위가 파악하고 있는 금품수수 통로는 크게 5가지. 첫째는 투표구·동·통·반·이 책임자 등을 통하는 방식이다. 현행 선거법은 구·시·군의 당 연락사무소에까지만 활동비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급 담당책에게까지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이 상례다. 투표구책 등에게 일정액수의 돈을 건네주면서 용처를 일임하면, 이들이 점조직 형태로 돈을 뿌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자신이 챙긴다.

두번째는 사조직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당의 선거대책기구 등 공조직과 달리 사조직은 끈끈하고 결속력이 강한데다 보안유지가 쉽기 때문에 뭉칫돈이 움직이는 통로로 가장 많이 활용된다. 선거구민 속에 깊숙이 침투해 대단히 은밀한 형태로 금품을 건네게 된다. 개인이 움직이는 것이므로 포착도 쉽지 않다.

세번째는 자원봉사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다. 선거법상 자원봉사자에겐 일당은 물론 식사도 제공하지 못하게 돼있다. 그러나 식사는 「인정상」 응당 주는 것이고, 봉사에 대한 대가는 선거가 끝난 뒤 지불하는 것이 관례로 굳어져 있다. 도우미나 길거리에서 인사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형식은 자원봉사자이나 사실상 유급봉사자들이 대다수다.

나머지는 직능단체 간부나 지역유지 등을 통한 조직적 금품중개행위와 선거브로커를 통한 금품수수행위다. 전자는 단체장 등의 영향력으로 표를 모아줄 것을 부탁하는 경우다. 후자는 실제 표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으나 돈을 주지 않았을 때 돌아올 불이익을 우려해 돈을 건네는 경우가 많다.

유권자에게 최종적으로 금품이 전해지는 양태도 각양각색이다. 후보자가 경로당 등 선거구내 시설물이나 단체에 들러 인사하고 나서 몇시간 뒤 쇠고기·과일·음료수 등이 배달되는 방식은 그중 대표적인 경우. 누가 줬다는 말이나 표식은 없지만 받는 사람은 누군지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또 친목계나 동창회 등의 모임에서 누군가가 식대를 지불하고 가면 참석자중 한사람이 특정후보를 칭찬하는 말을 불쑥 꺼내 화제를 그쪽 방향으로 이끌어 가게 된다. 선심관광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3만원이상은 줘야 갈 수 있는 관광을 5천원정도만 받고 모집하는 방식이다. 누가 제공했는지 모를 음료수 등이 제공되면서 자연스럽게 선거이야기가 나오고, 이어 특정후보를 부각하는 발언이 뒤따르게 된다. 연설회나 일반모임을 내세우고 참석자들에게 반대급부를 안기는 경우도 있다. 참석자들은 출석확인증 등을 받아가 며칠뒤 돈과 바꾸게 된다. 유권자입장에선 돈교환증인 셈이다.<홍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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