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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짧은 삶 큰 족적 남긴 “포크인”(가요현대사: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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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짧은 삶 큰 족적 남긴 “포크인”(가요현대사:38)

입력
1996.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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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출신 첫가수로 「서민의 삶」 대변/1,000회 단독공연·「거리에서」등 히트곡포크가수 김광석(1963∼96년)은 술과 친구를 무척 좋아했다. 허름한 대포집, 예닐곱명만 앉아도 다리를 오므려야하는 조그만 카페가 그의 단골집이었다. 그는 거절을 못했다. 취객이 노래를 청하면 기타를 쳤다. 그리고 두곡, 세곡, 귀찮은 기색도 없이 미소를 지으며 노래를 들려 주었다. 김광석의 서민적 취향은 그가 불러왔던 정감있는 노래와 닮았다.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변화를 꿈꿉니다. 그러나 변화의 밑바닥에는 변하지 않는 나만의 것이 있기를 바라죠. 그런 중심이 있을 때 변화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서민적 정서는 또한 음악과 삶의 중심에 있었던 듯하다.

김광석은 80년대 운동권 출신으로 기성 가요계에 진출한 첫 가수이다. 명지대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통기타를 치던 그는 84년 대학 노래패에 가입하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87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 합류해 운동권 음악의 기수 역할을 했으며 88년 1월 대학생들이 만든 7인조 포크록그룹 「동물원」의 리드보컬로 제도권 음악에 발을 들여 놓았다.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하루가 저물 땐 …> 으로 시작되는 「거리에서」(김창기 작사·작곡, 1988년)는 그의 낭랑하면서도 힘있는 창법을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선보인 노래로 꼽을 수 있다.

89년 10월 김광석은 솔로음반을 발표하고 단독 콘서트를 열면서 홀로서기에 나섰다. 이후 그는 포크음악이라는 외길을 걸으며 짧지만 굵은 족적을 남겼다. 특히 그는 라이브 콘서트를 통해 음악의 힘을 알려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호흡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객석을 무대 가까이 끌어다 놓은 그의 콘서트는 환한 웃음, 편안한 노래로 항상 만원을 이뤘다. 89년부터 시작된 줄기찬 콘서트 행진은 지난해 8월 「1,000회 단독공연」이라는 결실을 보았다. 모두 여섯장의 음반을 발표하면서 「말하지 못한 내사랑」「일어나」「이등병의 편지」 등 잊히지 않는 많은 노래를 불렀다.

<검은 밤의 가운데 서있어 한치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없었지 …> (김광석 작사·작곡, 1994년). 이 「일어나」는 그의 웃음 머금은 얼굴과 밝은 대화를 잘 기억나게 하는 노래이다.

지난 1월6일 김광석은 집 계단에서 목매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아직도 자살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의 음악과 생활을 아꼈던 불교방송의 구경모PD는 『그는 언제나 헤어질 때 「행복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늘 인생을 진실하게 살고자 했고, 그 방법이 노래이기도 했다』며 안타까워 한다.<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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