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의 성김과 아픔의 촘촘함젊은 작가 이응준이 한꺼번에 발표한 두 편의 소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나라의 분명한 기록」(「문학정신」 봄호)과 「어둡고 쓸쓸한 날들의 평화」(「상상」 봄호)를 나란히 놓고 읽어 보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하기야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두 작품은 어차피 동일한 작가에 의해 씌어진 것이 아닌가).
다소 감상적인 느낌을 주는 긴 제목, 다른 작가들 같으면 거의 예외 없이 「나는―」이라고 쓸 것을 「난―」이라고 쓰는 독특한 버릇(내가 보기에 이것은 그다지 좋은 버릇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때묻기를 거부하는 젊은이의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부터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신선한 매력, 전통적 소설에서 늘상 강조되는 「그럴 듯함」의 원리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어깃장을 놓은 개성적인 작법의 묘미, 잠언의 스타일에 대하여 작가가 표시하는 깊은 관심 등등이 모두 그러한 공통점에 해당한다.
그러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 두 편의 작품은 자못 인상적인 대조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아무것도…」가 작품 전체를 하나의 「잘 만들어진 이야기」로 다듬어 내기 위해 상당한 신경을 쓴 듯한 인상을 주는 반면 「어둡고…」는 최소한 외관상으로 보면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이 씌어진 것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이러한 지적이 가능하다. 또 「아무것도…」가 불가해한 세계의 미로 앞에서 전율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내는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어둡고…」에서 제시되고 있는 세계는 훨씬 이해하기 쉬운 공간이기 때문에 이러한 지적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다소의 무리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아무것도…」는 전설양식의 현대판에 가까운 양상을 보여주며 「어둡고…」는 수필의 영역에 가깝게 접근해 있는 모습을 띤다는 사실로부터 그 두 작품 사이의 인상적인 대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편으로는 흥미로운 공통점을, 다른 한편으로는 인상적인 대조점을 보여주는 두 편의 작품 중에서 더 높은 문학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어느 쪽일까? 「어둡고…」쪽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무것도…」에서는 단순한 재치 이상의 것을 느끼기 어려운 반면 「어둡고…」에서는 진정한 아픔과 문제의식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 글을 끝내기 전에 작가에게 한 가지 개인적으로 살짝 귀띔해 주고 싶은 사항이 있다. 「어둡고…」를 보면 작가는 「사도요한」과 「세례요한」을 혼동하고 있다. 나중에 이 작품을 창작집에 수록할 기회가 있으면 그때에는 반드시 오류를 바로잡기 바란다.<이동하 문학평론가·서울시립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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