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문체·섬세한 이미지 포착 “시선”시인 황학주씨(42)가 첫 소설 「세 가지 사랑」(문예산책)을 출간, 90년대 들어 소설쓰기에 나선 시인 대열에 합류했다. 이미 장정일 김승희 하재봉 한강 원재길 성석제 이진우 김연수 강 규등 시인들이 소설을 선보였고 「반성」의 시인 김영승도 곧 장편소설을 내놓는다. 시인의 소설쓰기는 시장르의 퇴조, 경제적 이유와 무관하지 않겠지만 산문에 대한 욕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집 「사람」 「내가 드디어 하느님보다」 「갈 수 없는 쓸쓸함」등에서 가난으로부터 출발한 비감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주로 그렸던 그는 이번 소설에서 30대 중반 남성의 사랑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사랑의 과정이나 그것을 껴안고 벌이는 사람들의 운명적인 부대낌보다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보여주는 미세한 이미지들을 포착하려 애쓴다. 자살이라는 급작스런 사건이나 부인과의 별거, 소녀의 연정 등 이 작품을 구성하는 사랑의 여러 장면은 긴밀한 구조로 연결돼 있지 않다. 대신 작가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남 강진에서 주인공 이제이가 만난 소녀의 평화로운 이미지, 순간이라해도 좋을 만남이지만 운명을 달리할 사랑을 경험하는 장소미 등의 이야기를 시와 다를 것 없는 수려한 문체 속에 담아냈다. 무너진 가세 탓에 빈한한 청년시절을 견뎌온 한 남자의 가난한 내면의식, 그와 인생을 같이하는 경희와 나누는 미묘한 사랑의 감정들은 가식없이 사랑의 속살을 비춰주는 역할을 한다. 사랑에 대한 자잘한 담론, 사랑하는 사람과의 육체적 결합을 그려내는 아름다운 장면들도 이 소설을 읽는 독특한 재미라 할 수 있다.
산문집 「땅의 연인들」을 통해, 시인이 펼치는 산문의 매력을 선사한 바 있는 그는 현재 우석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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