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전 소녀 유관순이 항일운동의 피를 뿌린 땅 아우내.바로 그 곳 병천에서 1일 충남지역 첫 합동연설회의 막이 올랐다.
잡상인 리어카와 트럭들이 운동장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입구에서 울리는 운동원들의 함성이 이어져 유세장은 유세시작 1시간전께 부터 활기가 넘쳤다.
『천안이 키운 큰 일꾼』『위대한 천안을 만들어…』『천안의 긍지를 온 천하에 드높여…』 후보들은 저마다 천안의 장밋빛 내일을 토해냈다.
하지만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매서운 꽃샘바람속에 모여든 촌로들은 아예 연단 뒤켠 잔디밭에 떼지어 앉아 딴전들이었다.
『노랑머리 아녀자들까지 몰린 것을 보니 모두 외지에서 동원된 박수부대들이구만』 『말만 요란하게 늘어놓으면 뭘해 실제 해놓은 일이 뭐 있남』
촌로들은 후보들이 연단에서 목청을 돋울때 마다 헛기침을 해대며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4년전 총선때와 똑같은 풍경에 식상해 있음이 역력했다.
야당주자들이 삼풍참사 등 대형사고를 10여가지 늘어놓으며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해도 청중들은 반응이 없다. 일찌감치 연단앞에 진을 친 일부 지지자들만이 한켠에서 박수를 쳐댈 뿐이다.
한 후보가 충청도의 자존심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충청도를 책임질 유일한 정당임을 목청껏 외치며 「무조건 선택」을 주문했다.
그래도 청중들은 여전히 냉랭했다. 『또 그소리 하는구만』 한켠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튀어나왔다.
60줄에 접어든 한 촌로가 유세장을 중도에 빠져나가며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지역정서고 위대한 천안이고 모두 필요없어. 필요한건 서민들의 굽은 허리를 펴주는 정직한 일꾼이지』<천안=최정복 기자>천안=최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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